100만원 주고 청년들 명의 빌려 60억원대 대출 사기

김석모 기자 2021. 6. 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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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명의를 빌려줄 청년들을 모으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 /세종경찰청

청년들의 명의를 빌려 60억원대 대출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청년들은 100만원의 수수료를 준다는 사기단의 꼬임에 넘어가 명의를 빌려줬다가 같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세종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 83명을 붙잡았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총책 A(39)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B(20)씨 등 75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들 중 B씨 등 60여명은 명의를 빌려준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일을 도와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며 무주택 청년들을 모집, A씨 가족 명의 건물의 세입자로 하는 허위 계약서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 계약서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을 받아 총 64억원을 받아챙겼다. 대출금 이자는 A씨가 대신 납부했다고 한다.

A씨 등은 소셜미디어에 현금 다발을 들고 있는 영상을 올리고 “집주인·건물주 일 도와주고 100만원 받아갈 사람”이라고 홍보해 청년들을 끌어모았다. 명의를 빌려준 청년들은 대가로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또 유령법인을 세우고 청년들을 근로자인 것처럼 속여 신용 대출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정부 지원사업인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심사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점을 악용했다”면서 “청년들도 자신들의 명의가 악용되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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