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파손된 배꼽폐색기가 바꿔치기 증거" 보람이사건 새 증거 제시

이승규 기자 2021. 6. 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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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3번째 재판서 새 증거 제시
"아기 바꿔치기 과정에서 배꼽폐색기 훼손"
석씨 변호인 "키메라 증후군 자료 제출 검토"
구미 보람이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17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보람양 사건과 관련해 DNA 검사상 친모로 나타난 석모(48)씨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파손된 배꼽폐색기 등을 새로운 증거로 제시했다. 석씨가 딸인 김모(22)씨가 낳은 딸과 자신의 딸 보람이를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배꼽폐색기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바꿔치기 수법이나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행방 등 석씨의 범행을 명확히 입증할 증거는 여전히 제시하지 못했다. 석씨 측은 한 사람이 두 가지 유전자 형태를 지닌 것을 의미한 ‘키메라 증후군’ 관련 자료 제출을 검토할 방침이다. 석씨 딸 김씨가 키메라 증후군이라 유전형이 다른 보람이를 낳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7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판사 서청운)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석씨 딸 김씨가 보람이를 방치한 방에서 발견된 파손된 배꼽폐색기를 증거로 제시했다. 배꼽폐색기는 신생아 탯줄을 자르기 전 세균 침투를 막기 위해 탯줄을 묶거나 집는 도구다. 검찰이 제출한 사진 속에는 파란색 배꼽폐색기 사이에 탯줄이 끼워져 있었다. 검찰은 “DNA 검사 결과 탯줄은 피고인(석씨) 자녀(보람이)의 것으로 판명됐고, 이 폐색기가 보관된 렌즈 케이스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석씨 변호인이 “배꼽 폐색기가 파손된 부분을 언급했는데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 했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검찰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배꼽 폐색기는 견고해 외력이 아니면 파손되기 어려운데 기존에 사용된 폐색기를 다시 쓰려했거나, 김씨의 아기와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것으로 추단한다”고 말했다. 배꼽폐색기 파손 시점에 대해서는 “늦어도 바꿔치기 당일이나 피고인 출산 당시나 그 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아래 톱니가 맞물리는 형태의 배꼽폐색기는 한번 탯줄을 고정하는데 쓰이면 다시 벌리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는만큼, 석씨가 이를 억지로 벌려 다른 탯줄을 고정하는 과정에서 폐색기가 파손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폐색기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신생아 출산시 탯줄을 없애기 위해 제공하는 1회성 멸균제품인만큼, 외력을 가해 폐색기를 파손한 점을 아기 바꿔치기의 정황 증거로 본 것이다.

검찰은 석씨가 김씨 딸의 배꼽폐색기를 떼어내 보람이에게 달아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해당 폐색기에서 보람양 이외의 DNA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석씨 변호인 측은 이러한 검찰 측 주장에 대해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이 석씨를 체포할 당시를 담은 영상도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영상에서 경찰은 석씨에게 보람이와의 DNA 검사 결과 친자 관계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석씨가 별달리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석씨가 이미 DNA 결과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의 증거로 해석됐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아기 바꿔치기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부인과 간호사와 산모들의 진술도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간호사는 “아기 인식표가 빠지는 경우는 신생아 1000명 중 1명 있을까말까한 경우”라면서 “팔에서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발목에서 빠지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앞서 2018년 3월 30일 촬영된 석씨 딸 김씨 부부가 낳은 딸의 사진에선 오른쪽 발목에 인식표가 채워져 있었지만 이틀 뒤엔 분리돼 있었다.

산모들은 “산모가 입원하는 3층 병동에는 외부인도 마음껏 드나들 수 있었고, 아기들도 오후 8시까지 횟수 제한없이 데려올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아기 바꿔치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는 취지다.

석씨 변호인 측은 이중 검찰이 제시한 석씨 체포 당시 영상에 대해 “(피고인이 상황을)다 알고 있는양, 엄청난 사실이 있었던 양 자료로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씨 측은 재판 말미에 추가 자료로 키메라 증후군 관련 자료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석씨 변호인은 “키메라증 자체가 매우 희귀한 걸 넘어 (그 사례가)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 제출을 하지 못했다”면서도 “조금이라도 사건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을지, 다시 제출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키메라 증후군 자료 제출은 여전히 DNA 검사 결과를 선뜻 인정하지 못한다는 석씨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시점에서 별도의 추가 증거 제출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피고인 신문 역시 변호인 측은 “신문할만큼 했고 나올 내용도 다 나왔다”면서, 검찰 측은 “(석씨가 혐의를)일괄적으로 부인해온만큼 원하지 않는다면 신문을 하지 않겠다”면서 모두 생략을 원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일부 증거에 대해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석씨 측에 정확한 부분을 특정해달라고 주문했다. 특별한 변동 사항이 없을 경우 다음 재판에서 검찰은 석씨의 형량을 구형하게 된다.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13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경북 구미 한 빌라서 만2세 보람이를 방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언니 김모(22)씨가 4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앞서 지난 2월 구미 한 빌라에서 만2세 여아 보람양이 시신으로 발견되며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DNA 검사 결과 엄마로 알려졌던 김씨가 언니로,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씨가 친모로 나타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김씨는 보람양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혐의 등으로 지난 4일 징역 20년형을 받았으나 나흘만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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