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에 산양·사향노루 등 멸종위기종 서식 확인

이경민 2021. 6. 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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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민북지역에 산양·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을 포함해 4315종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립공원보다 생태계 보존이 뛰어남을 확인한 것이다.

환경부는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인 민북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민북지역에서 실시한 '생태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주관했으며 민북지역을 동부해안 등 5개 권역 39개 조사경로로 구분해 이뤄졌다. 매년 1개 권역을 대상으로 지형, 식생, 동·식물 등 10개 분야를 계절별로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확인된 종은 식물은 멸종위기종 2종을 포함한 1126종, 포유류 24종, 조류 145종, 양서·파충류 29종, 육상곤충 2283종, 어류 81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34종, 거미 293종이다. 양서·파충류의 경우 국내 서식하는 54종 중 29종(53.7%)이, 어류는 213종 중 81종(38%)이 이번 조사에서 관찰됐다.

민북지역(1133㎢)은 국토면적(10만413㎢)의 1.13%를 차지하나 생물종 분포는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26,814종)의 16.1%를 차지했다. 1㎢ 면적 당 생물종의 수를 비교한 결과 보호지역인 국립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 중 두루미 및 재두루미, 사향노루, 버들가지는 각종 조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현재 민북지역에서만 서식하거나 또는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두루미와 Ⅱ급인 재두루미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전세계 생존개체수의 약 50%가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연천, 파주를 월동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 지역은 먹이자원이 풍부한 농경지와 휴식지로 활용 가능한 하천, 저수지가 넓게 분포해 최적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고든골 사향노루.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산양과 사향노루는 강원도 화천, 양구, 고성의 산악 암반지대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야간에 산등성이에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버들가지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고성군 남강 상류, 지경천 등 제한된 하천 또는 산간 계곡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냉수성 물고기로 서식 범위가 매우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5개 권역 생물종을 비교한 결과, 파주·철원·연천 등의 서부지역이 양구·인제·고성 등의 동부지역보다 생물종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부지역이 산림, 하천 및 농경지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됐다.

이길리 표범장지뱀.

대표적으로 철원의 토교 경로는 두루미·흰꼬리수리·새호리기·벌매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 조류가 서식하고 생물종다양성이 풍부(1202종)했다. 화천의 고둔골 경로는 지형·멸종위기종 등 11개 지표에서 '상'으로 평가되고, 사향노루와 산양이 서식해 보호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았다.

백암산 고둔골 산양.

아울러 12개 생태계 우수 경로 중 화천 고둔골 등 6개 경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으로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아 생태계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화천의 고둔골 경로는 사향노루와 산양의 서식지이나 백암산 일대 케이블카 등 인위적 교란이 증가하고 있다., 철원의 토교 경로는 두루미의 핵심 서식지 보호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 지경천 경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버들가지, 한둑중개, 물장군의 서식이 하천교란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연천의 두현리 경로는 하상교란으로 인한 모래하천의 훼손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천의 빙애 경로는 다양한 하천지형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가는돌고기, 꾸구리, 돌상어 등을 위해 인근 군남댐의 효율적인 댐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원의 성제산 경로는 이 지역 전술도로의 절개사면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분홍장구채 집단서식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민북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생태계 조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관계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협력하여 민북지역에 대한 생태계 보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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