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볼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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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정부에서 기획해 조성한 공공주택지구이다.
어쩌면 우리는 어떠한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보기 보다는 '브랜드'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것은 '브랜드'를 입히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격 등 경제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브랜드'가 다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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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정부에서 기획해 조성한 공공주택지구이다. 최근 떠들썩한 '신도시' 보다는 적은 규모의 중소형 신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10개동 내외가 한 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단지 14개가 공공주택지구를 이루고 있다. 14개 단지는 공공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을 하거나 임대를 하는 형태의 아파트도 있고, 민간분양 아파트도 있는데 그 비율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단지별로 1단지~14단지의 이름이 붙여졌고, 단지별로 순차적으로 입주가 시작됏다. 그런데, 완공되어 입주가 시작된 단지마다 새롭게 공사를 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기껏 완공을 다하고, 입주까지 시작 된 아파트에 무슨 공사가 필요한 걸까? 알고 보니 아파트 단지들마다 새롭게 도색작업과 출입구 문주 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바로, 아파트 단지들마다 기존 단지이름을 떼어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기존 '공공주택지구명+00단지'로 단지명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공공분양 아파트 경우 기존 단지명을 버리고 시공사의 '브랜드'를 따서 아파트 명을 변경할 수 있게 돼 있다.
민간분양 아파트도 마찬가지인데, 민간분양 아파트의 경우에는 '지역명+브랜드+00단지'로 단지명을 쓰고 있는데 지역명과 단지명을 빼버리고 '브랜드'만 남겨 '브랜드'를 더 명확히 하는 추세이다.
단지마다 브랜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이를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분담금이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 다투어 '브랜드'를 변경하는 추세인 것 같다.
우리 동네 역시 단지마다 앞 다투어 단지 명을 바꾼 탓에 더 이상 1단지~14단지는 무의미해졌다. 대신 단지마다 새로운 '브랜드'로 불리고 있다.
사실, 내부 건축물, 인테리어를 비롯하여 사는 사람들도 모두 바뀐 게 없고, '브랜드'만 바꿨을 뿐인데 뭔가 그 단지의 '이미지'나 '가치'도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어떠한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보기 보다는 '브랜드'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브랜드'라는 포장에 속아 넘어가는 일도 종종 있다.
이는 비단 물건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 사람 자체를 보기 보다는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무슨 직장에 다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등과 같이 어떠한 '브랜드'로 설명되어지는지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브랜드'나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것은 '브랜드'를 입히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격 등 경제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브랜드'가 다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역시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갈 때에 외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역시 외형보다는 내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나 역시 나를 설명하는 것들이 외형적인 '브랜드'인지, 아니면 진짜 '나'인지 돌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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