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사기를 피할 수 있는 6가지 방법
☞①/②에서 계속
이병철 금융 전문 변호사는 암호화폐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암호화폐와 관련해 사기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2가지 유형을 사례로 들었다.
유형 ⑨: 보이스피싱
“요즘 중국에서 걸려오는 보이스피싱을 들어보면 목소리가 완전히 한국 사람이다. 조선족 억양이 전혀 없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며 한국의 젊은이들을 중국으로 꾀어 가서 전화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요즘 암호화폐를 이용한다.”
—보이스피싱과 암호화폐가 잘 연결이 안되는데.
“보이스피싱 조직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나서 돈을 보내라’고 한다. 대역 아들도 두고 목소리도 들려주면서 믿게 한다. 아들과 다른 사람이지만, 당황한 부모는 아들인 줄 착각하게 된다.
조직은 아들이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가지 계좌를 제시한다. 한 계좌에는 5000만원을 송금해야 하고, 피해자가 암호화폐 투자에 사용하는 다른 계좌에는 2000만원만 송금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피해자가 암호화폐 투자 전문가이기 때문에 2000만원만 넣어도 금세 5000만원으로 불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당황한 부모들은 사실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2000만원이 더 싸다고 생각하고 2000만원을 송금하게 된다.”
유형 ⑩: 환치기
“불법 외환 거래에서 사용되던 환치기 수법을 암호화폐에 적용시킨 것이다. 환치기는 뇌물과 마약 같은 불법 거래에서 생긴 자금을 국내로 가져올 때 쓰는 방법이다. 외환거래법 위반이다.”
—환치기는 어떻게 하나?
“예컨대 중국에서 번 검은 돈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중국과 한국에 각각 환치기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의뢰자가 중국의 환치기 조직에게 100억원을 건네 주고 한국에 오면 한국 내 조직이 수수료 20%를 떼고 현금 80억원을 준다.”
—환치기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거액의 현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렇다. 환치기 조직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큰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1000만원 이상 인출하면 한국 FIU(금융정보분석원) 컴퓨터가 자동으로 인지해 조사 대상이 된다. FIU에 포착이 안되려면 999만원씩 현금을 인출하면 되는데, 전체 금액이 100억원쯤 되면 1000번을 인출해야 한다. 동일 계좌에서 하루에 여러 번 인출해도 포착이 되니, 결국 은행 계좌가 수백개가 있어야 하고, 매일 그러한 작업을 해서 큰 돈을 모을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환치기가 가능하다.”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어떻게 되나?
“예컨대 중국과 한국 양쪽에 사람들을 두고 있는 암호화폐 환치기 조직이 있다고 하자. 이들은 비트코인 같은 유명 암호화폐는 추적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추적이 잘 안되는 중간급 암호화폐 가운데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종류를 사용한다. 의뢰자가 100억원을 건네주면 중국 조직은 이 돈으로 암호화폐를 사서 한국 조직에 송금한다. 의뢰자가 한국에 나타나면 이 암호화폐를 판 뒤 수수료 5% 정도를 떼고 나서 95억원을 지급한다.
외국의 불법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한국 정치인들의 뇌물, 불법 마약상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때 이런 암호화폐 환치기 수법을 동원한다. 그러면 예전보다 훨씬 쉽게 빼돌릴 수 있다. 수수료도 훨씬 싸다. 5%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은행 계좌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은 조직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예전 환치기 수법은 수백개의 통장과 관리 직원들이 있어야 하지만 이것은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1명이 관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 환치기 사업은 조직폭력배들이 주로 하는데 이 조직폭력배들이 첨단 암호화폐 환치기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정치인, 재벌 3세, 불법 무기 거래상 등이 주요 고객이다. 자금 세탁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북한도 이런 사업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인들이 송금 수수료가 싸다고 암호화폐 환치기 조직을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사기꾼들은 어떻게 유혹할까?
이 변호사와의 대화는 사기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해 유혹하는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암호화폐 사기꾼들이 다양한 신상품이나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선전하고 유혹하는 수법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사기꾼들은 회사 이름을 대체로 어떻게 짓나?
“첨단적인 느낌이 나도록 영어 이니셜로 이름을 단 회사들이 많다. 예컨대 ‘애플 알파’ ‘구글 스타트’처럼 지어 애플이나 구글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한다.”
—선전 기법은?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한다. 회사에 20대들이 주축인 마케팅 전담 조직을 두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동원해 홍보한다. 특히 홍보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는 기능이 있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것만으로는 사기를 잘 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컨대 서울 강남의 비싼 빌딩에 큰 홀을 빌려서 투자설명회를 연다. 여기에 연예인들을 참석시키거나 연예인 동영상을 띄운다. 그리고 정치인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 그들이 투자자인 것처럼 현혹시켜 투자를 유도한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피해 보나?
—그렇다고 사람들이 쉽게 현혹될까?
“원금 보장과 고수익률을 강조하고, 확실히 수익이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달에 10%, 30%, 혹은 100% 수익률을 내건다. 요즘 정기예금 금리가 1년에 1~2% 밖에 안되기 때문에 고수익을 내걸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래도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면 수익이 나는 것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
—어떻게?
“조직원들이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에 얼마 벌었다고 하면서 인증샷을 올린다. 예컨대 1000만원 투자했는데 이번달에 500만원 들어왔다는 사진을 올린다. 그리고 다음달에 300만원, 그 다음달에 700만원 들어왔다고 하면서 통장 사진과 함께 6개월 정도 홍보한다. 그러면 선의의 투자자들이 들어온다. 시골의 할머니들까지 입소문을 듣고 들어온다. 저학력자, 노인, 퇴직자, 20대 사회 초년생 가운데 피해자가 많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나?
“6개월 정도 소문을 퍼트린 뒤에 서울 강남에서 호텔을 빌려 투자설명회를 열고 돈을 번 사람들이 직접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전직 공무원이나 교사, 전직 은행지점장, 전직 교수, 대기업 임원 출신 등 사회 지도층 사람들이 경험담을 이야기 하도록 한다. 그 정도 되면 사람들이 유혹에 넘어가기 시작한다. 뜻밖에 의사들도 많이 꼬인다. 환자 치료에만 집중해서인지 사기에 약한 것 같다.”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로 돈을 번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은 실제로 돈을 벌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강연을 해서 고객 유치를 하면 유치수당, 후원수당을 많이 준다. 여기부터는 다단계 사기가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50억원, 100억원 등 돈이 들어오게 되는데, 사기꾼들은 애초에 세운 목표 금액, 예컨대 30억~1000억원까지 돈이 들어오면 갑자기 사라진다. 홈페이지는 차단되고, 사무실은 폐쇄되거나 직원들만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부터 피해자들이 소송을 시작한다.”
처벌 근거 미약한 현행법
—암호화폐 사기꾼들을 처벌할 법규정은 충분한가?
“자본시장법은 주식이든 선물(先物)이든 주가조작을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상의 주식이나 선물이 아니다. 그러니 이 법을 적용할 수도 없고 금감원이 조사를 할 수도 없다. 하려면 먼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 상 암호화폐 사기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형법상 사기죄이다. 그리고 사기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한다.”
—형법으로 처벌하면 되지 않나?
“그런데 사기죄는 구성 요건이 까다롭다. 그래서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처벌하기가 쉬워지는데 적용이 안된다. 그 밖에 금융감독원이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을 적용해 처벌하기도 한다. 금감원의 신고나 허가를 받아야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데,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고 돈을 끌어들이면 금감원이 조사할 수 있다. 다만 이 법은 처벌 강도가 낮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다단계 사기는 방문판매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처벌 수위가 약하다. 약관법을 적용해도 역시 처벌이 약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암호화폐 사기는 여러 사람이 당한다는 의미에서 다단계 사기, 유사 수신, 보이스피싱처럼 다중사기라고 한다. 이것을 규제하는 다중사기처벌특별법을 만들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암호화폐 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결론이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이 있다. 너무 규제만 이야기하면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질 수 있다. 암호화폐의 바탕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면 법 규정을 만들어 법적 절차를 거친 암호화폐는 합법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를 새로운 화폐로 인정하면 통화 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2022년 3월부터 암호화폐 투자소득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다. 세금을 걷어가므로 어느 정도 합법적인 거래를 인정해줘야 한다. 불법적인 거래라면 거래 자체를 막아야지,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떼어가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지 않나?”
암호화폐 사기를 피하려면
인터뷰를 시작한지 3시간이 넘었다. 이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그동안 자신이 다룬 주가 조작, 다단계 사기 등 금융 전문 변호사로서의 활동 경험을 녹여가며 암호화폐 사기 사건을 명료하게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로 돈을 벌면서도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면 최선일 것이다. 그래서 암호화폐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투자자 개개인들이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을 것 같다.
“첫째, 원금보장한다고 하면 100% 사기이다. 자본시장법상 원금보장은 불법이다. 둘째, 한달에 수익률이 10% 이상난다고 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1년이면 수익률이 120%인데, 이렇게 버는 사업이 어디 있나? 셋째, 한달에 몇 % 벌었다고 하면서 인증샷을 올리면 의심해야 한다.
넷째, 투자설명회에서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사진을 띄우면서 이들이 투자했다고 하면 100% 사기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투자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자신들을 홍보에 이용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이철 전 대표는 비상장주식으로 7000억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썼다. 이까지만 주의해도 피해의 50% 이상을 막을 수 있다.”
—다섯번째 유의점은?
“사람들을 데려오면 후원 수당을 준다고 하면 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방문판매법 위반이다. 기존 조직원이 신규 조직원을 유치해 오는 다단계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신규 회원을 데리고 오면 사람 수만큼 수당을 준다고 하면 사기이다.
이들은 대체로 새 회원을 데려온 뒤에 가입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의 물품을 턱없이 높은 가격에 사도록 한다. 예컨대 암호화폐를 500만원어치 사게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가입비 수입 중에 일부를 유치수당으로 지급한다. 다단계 사기 초기에는 PM들이 초기 가입자들이 돈을 벌도록 만들어 신규회원 유치가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위의 다섯가지만 유의해도 암호화폐 사기는 7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적극 활용하라
—다른 예방책이 더 있나?
“중요한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암호화폐 회사가 접근해 오면 네이버 등 인터넷 검색창에 그 회사 이름을 입력해 보라. 그러면 그 회사가 사기다, 아니다 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 글들만 살펴봐도 사기를 막을 수 있다.
네이버에 ‘코인 사기’ 단어를 입력하면 ‘코인 사기 카페’도 있다. 이 카페에 들어가서 코인(암호화폐) 이름을 쳐보라. 이 회사가 문제가 있다는 글이 나오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까지 하면 95% 예방할 수 있다. 매우 쉽지 않은가? 투자자들이 조금만 유의해도 사기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먼저 네이버 ‘코인 피해자 카페’에 들어가 보면 유사 피해자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면 피해자들이 서로 연락을 해야 한다. 한명의 피해 금액은 100만원 정도로 작을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피해 정보를 교환하면 금액이 늘어난다. 그 다음에는 최대한 빨리 전문 변호사와 접촉해야 한다. 사기꾼의 신병과 빼돌린 재산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피해 구제를 받으려면 빼돌린 재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경찰과 검찰에서 계좌 압수수색부터 해야 한다. 사기를 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부득이 사기를 당했을 경우에는 대응이 빨라야 한 푼이라도 더 건질 수 있다. 사기꾼들은 미리 도주 계획을 세워두기 때문에 빠르게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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