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사고 사망자 절반이 사라져..국토부 사고신고제도 부실관리

이유정 2021. 6. 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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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사고 가운데 국토교통부에 신고가 이뤄진 건수는 전체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를 했더라도 주요 항목을 누락하거나 사고원인과 사고유발주체를 잘못 기재하는 등 부실입력이 많았다. 정부가 건설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재발을 막겠다며 2019년 야심차게 도입한 사고신고제도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비판이 커진다.

◆작년 건설사고 사망자 458vs263

사진=연합뉴스


17일 국토부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사고는 총 261건, 총 사망자수는 26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산업재해 사고를 총괄하는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건설업 사고 사망자 458명의 절반(57%)에 불과하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총 195명이 국토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은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1차적으로 노동부에 신고된다. 건설사는 발생 일시와 인적 피해, 물적 피해, 재해발생과정 및 원인을 상세히 작성해  재해조사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는 2019년7월 CSI라는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 등이 즉시 장소 및 경위 등을 신고하도록해 실시간으로 정부에 내용이 공유되는 시스템이다. 노동부 통계는 근로자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모든 건설사고 통계를 관리해 사고원인을 더 면밀히 분석하고 예방하겠다는 게 당시 설명이었다. 

 제도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신고된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등록된 ‘2020년 건설업 재해사례’ 13건을 CSI와 비교분석한 결과 4건은 CSI에 등록되지 않았다. 10건중 3건은 아예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고된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신고된 9건중 3건은 안전방호와 개인보호 조치를 모두 ‘미입력’했지만 별도 정정요구를 하지 않았다. 신고된 내용조차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 1월 ‘제주도 아파트벽체 거푸집전도’사고(사고유발주체 입력오류), 2월 ‘포항 의류시설 신축공사 주차설비 끼임’ 사고(사고경위를 원인으로 기재), 10월 ‘안성-용인 고속도로 건설현장’ 사고(안전방호 조치 입력오류)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 80억써놓고…부실관리

지난해 3월 사고가 발생했지만 1년이 넘도록 원인 규명이 안되고 있는 ‘부산 부전-경남 마산 복선전철 사고’도 부실한 CSI신고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고 관련 총 7건이 신고됐지만 5건이 안정방호 개인보호 여부 등  주요사항을 미입력했다. ‘조사완료’료 표기하거나 ‘토목’인 공사종류를 ‘건축’으로 입력, 민간공사를 공공공사로 입력했는데도 검증이나 정정요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노동부 재해조사표는 재해자나 근로자 대표 사인을 받아서 제출하기 때문에 내용이 충실하다”며 “CSI는 신고자에만 의존하다 보니 대충 적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작성 내용은 발주청이나 지자체가 검증하고 미신고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제재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국토부는 미신고 과태료 부과실적은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쟁점이 있는 사업장에 실시하는 현장점검도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사고’의 경우 2차례 현장점검을 실시했지만 부실벌점 부과 등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 ‘건설공사 현장점검지침’에 따르면 현장점검 후 시정지시나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토목학회에서 별도 원인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 후 행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관리 전문기관으로 일원화 필요"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은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규제부터 만드는 ‘규제 만능주의’가 문제라고 말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국토부의 손발은 지자체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관리할 능력도 없으면서 중복규제를 하다 보니 비용만 들고 피규제자 입장에선 피로감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문성에 입각한 관리기관의 상대적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까지 CSI 시스템 구축과 운영 등에 투입된 예산은 약 80억원에 달한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국토부의 사고조사 및 현장점검 전반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CSI를 관리하는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CSI 자료를 근거로 주기적으로 유형별 원인별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부 미신고나 부실신고가 있는 것으로 보고 노동부 자료와 연계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공사규모가 작거나, 건설산업기본법이 아닌 별도법에 근거한 전기·소방·통신 관련 사고는 CSI신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부 통계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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