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vs 할증'..자회사 상장때 지주사는?

2021. 6. 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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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상장 추진에
LG화학 지분가치 희석 우려
카카오, 시너지 효과로 되레 상승
자회사 비중 크면 할인률도 커져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상장이 잇따르면서 자회사의 상장을 앞둔 지주사의 기업가치 평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자회사 상장 시 지주사 할인이 적용돼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게 통설이라는 주장과, 자회사 상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접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인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자 LG화학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화학의 주력이었던 2차전지 사업 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리되면서 LG화학에 대해 지주사 할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쏟아졌다. 크레딧디트스위스(CS)와 같은 해외 투자은행(IB)도 같은 논리로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이에 최근 3개월 동안 LG화학의 주가도 고점인 95만원에서 8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약 4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LG화학의 영업가치는 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가치 대비 약 37% 할인돼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우려는 LG화학과 ㈜LG 주가에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조선해양은 비상장사인 현대중공업(지분 100%), 현대삼호중공업(80.5%), 상장사 현대미포조선(43%)을 거느리고 있는 중간지주사다.

동종업계 경쟁사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1.18배인데 반해, 한국조선해양은 0.89배에 그치고 있다. 중간지주사 할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주 확대와 선가 상승으로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현대중공업 IPO 시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돼 조선업황 회복에 대한 수혜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8월 현대중공업이 IPO를 마치고, 2022년 현대삼호중공업까지 IPO하면 지금의 30% 할인율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NAVER와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의 주가 추세는 지주사 할인에서 자유롭다.

최근 1년 동안의 카카오 주가 흐름을 보면,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하면서 두달여간 주가가 횡보했던 것을 제외하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올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와 내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카카오의 기업가치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자회사 간 시너지를 높이며 자회사의 기업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어 지주사 할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최근 이베이 인수전에 불참하고 카카오커머스와 재결합을 선택한 것도 지주사 할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하반기 상장 예정인 테크핀 플랫폼과 내년 이후 상장이 예상되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플랫폼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아직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는 주요 자회사 IPO에도 커머스 중심 비즈니스 확대는 장기적으로 카카오 주가를 이끌어갈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률적으로 할인을 적용할 순 없고, 자회사와 모회사의 사업 구분이 어느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며 “자회사 사업 범위가 모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할인이 크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자회사 가치가 100% 반영되면 모회사 주가에 중복 카운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모회사 가치는 자회사의 사업을 감안해서 할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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