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땐 전·월세시장 불안해질 것" [임대사업자 수난시대]

2021. 6.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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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임대 110만채 향방 새 뇌관
정부,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따라
등록말소 주택 매물 쏟아질 수도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헤럴드경제DB]

여당에서 추진하는 대로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된다면 전·월세시장은 물론 매매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수가 꽤 많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등록 임대주택’ 수를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110만채 정도로 추산된다. 서울이 36만채 정도로 가장 많고, 경기가 38만채, 인천이 4만채 정도로 수도권이 70%이상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의 민간임대사업자는 53만명이고, 이들이 등록한 민간 임대주택은 160만6686채다. 2017년 98만채에 불과했던 등록 임대주택 수는 정부의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으로 단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7·10대책’을 통해 모든 주택 유형의 ‘4년 단기 임대’와 ‘아파트 8년 장기 임대’ 등록 제도를 폐지하면서 등록 임대주택 수는 빠르게 감소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새로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자동 말소 대상이 된 4년 등록 임대주택주택은 40만3945채나 됐다. 이후 올 4월까지 임대 기간 만료와 함께 자동 말소 대상이 된 등록 임대주택은 꾸준히 늘어, 누적 기준 50만708채나 된다. 자동 말소 주택의 60%에 육박하는 29만3233채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이렇게 기간 만료로 자동 말소된 등록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현재 110만채 정도의 등록 임대주택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에 대한 시장 효과를 판단하려면 먼저 이미 등록 말소된 50만여가구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이들 중 예상과 달리 급매물로 나온 주택이 거의 없었는데, 여전히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이 남아 있어 임대사업자들이 버틸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방향대로 양도세 중과 배제 해택 등을 주는 기간을 종전 무제한에서 말소 후, 6개월로 바꾼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임대사업자 중에 등록 말소된 주택을 팔려는 사람들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월세 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무주택가구는 전체 가구의 44% 수준인 888만7000가구 규모다. 서울은 비율이 높아지는데 서울 전체 가구(389만6389가구)의 51.3%에 해당하는 200만1514가구가 무주택가구다.

이들은 집을 소유하지 않고 전세나 월세에 살고 있다. 등록 임대주택이 110만가구 규모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우리나라 무주택가구의 12%가 시세보다 싼 등록 임대주택에 거주해온 셈이다.

임대사업자는 그동안 받았던 세금 혜택이 사라지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와 나누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내놓았던 임대주택은 정부가 ‘종전 보증금의 5% 상한선’을 지키도록 관리해 왔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등록 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일반 전월세에 비해 39%나 싸다.

당연히 임대사업자는 등록 말소되는 임대주택부터 임차료를 올릴 것이다. 전체 전월세 시장의 10% 이상에서 보증금이 급등하는 상황이면, 시장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금융센터 지점장은 “작년 40여만채에 이어 올해도 15만채 정도가 등록 임대주택에서 말소되는 데, 주변 임차료에 비해 너무 싸다”며 “집주인들이 임차료를 시세만큼 올리면서 전월세 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면 집값은 다시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싼 전세에 거주하면서 불안하게 사느니 차리라 집을 사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명수 리얼앤텍스 대표는 “향후 2~3년간은 수도권 등 주요 지역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 시장 불안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임대시장 불안은 다시 집값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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