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反中 동맹 형성과 불안한 文정부 외교

기자 2021. 6. 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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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不패권→화평굴기→新대국관계

중국, 西태평양 패권 인정 요구

“산 하나에 두 호랑이 못 산다”

미국-G7-나토 연합전선 구체화

한국 향해 강력하게 동참 요구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최선책

국제정치사에서 대개의 권력 전이는 전쟁을 수반했다. 기존 패권국 미국과 신흥 도전국 중국이 이 같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느냐 여부는 결국 양국이 상대국에 취하는 전략에 달렸다. 패권국과 도전국 모두 기본적인 선택지는 세력균형(balancing) 또는 편승(bandwagoning)이다. 세력균형은 힘으로 상대에 맞서는 전략이고, 편승은 상대의 힘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쌍방이 힘에 힘으로 맞서면 충돌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세계 제1의 군사 강국이자 경제 대국으로 지난 100년 동안 패권을 행사해 온 미국에 세력균형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말뿐이긴 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아시아 회귀’를 표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을 벌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보듯이, 우방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결국 충돌 여부는 중국의 태도에 달렸지만, 중국 또한 전승된 역사적 경험 때문에 편승이나 굴종은 고려 밖이다. 소진(蘇秦)의 계책을 따라, 동쪽의 여섯 나라가 합종(合從)해 힘으로 진에 맞서다가 진과 내통한 장의(張儀)의 말을 믿고 각기 진에 편승해 평화를 구걸하다 망한 사실이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2000년도 더 전의 사건이 현재의 전략 문화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중국은 역사 속의 전략적 지혜가 대대로 전승되는 나라다.

중국은 6·25전쟁 이후 기본적으로 밖으로 자세를 낮춘 채 안으로 실력을 기르는 내적 세력균형(internal balancing) 전략을 취해 왔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미군의 압도적 화력을 경험한 이후 “굴을 깊이 파고 많은 식량을 비축하고 패권을 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덩샤오핑(鄧小平)도 “빛을 감추고 실력을 기를 것”을 후대에 주문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이런 유훈을 비교적 잘 지켰다. ‘화평발전’ 대신에 ‘화평굴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중국 위협론이 고개를 들자 얼른 이를 거둬들이고 다시 화평발전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대외적 세력균형(external balancing)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시진핑(習近平)이 국가주석이 되면서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 수립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신형 대국관계란 쉽게 풀이하면,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을 테니 대신 미국도 중국이 충분히 컸음을 인정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말하는 핵심이익에는 영토 보존, 즉 대만을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대한 주권과 영유권이 포함된다. 태평양의 서쪽 절반에 대해서는 중국의 지배를 인정해 달라는 대담한 요구였다. 시진핑은 오바마에게 “산 하나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도 있다”고도 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는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나라를 포용할 만큼 넓다”는 말도 했다.

물론, 중국 지도자들도 상대적인 군사적 열세와 경제적 취약성을 잘 알고 있기에 당장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서태평양을 생명공간(Lebensraum)으로 고집하는 한 조만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무튼, 미국과 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한국을 각기 자국의 궤도에 끌어들이려는 미·중의 압박 또한 더욱더 거세질 것이다.

미국의 압박은 이미 가시화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G7 정상회의 직후인 지난 14일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동맹 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선언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실질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호주와 일본은 쿼드(Quad) 참여국이며 뉴질랜드는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의 일원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을 ‘반중(反中) 동맹’에 참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때처럼 이제 중국도 음으로 양으로 압박해 올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최선인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원칙은 무엇인가? 있기는 한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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