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트래블 버블' 과속

기자 2021. 6.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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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어느새 대다수 국민의 일상사가 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이용자는 연인원 9039만 명이나 된다.

정부가 7월부터 제한적인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해외여행객의 대부분인 20∼50대 접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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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해외여행은 어느새 대다수 국민의 일상사가 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이용자는 연인원 9039만 명이나 된다. 전 국민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엔 저비용 항공사(LCC)가 크게 기여했다. 항공요금이 기존 대형 항공사(FSC)보다 70% 이상 싸진 덕분이다. 일본·중국·대만 등은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하늘길을 막으며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승객은 1424만 명으로 전년보다 84.2%나 줄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버금간다. 국내선 승객(2516만 명, 23.7% 감소)보다 적었다. 올 들어 국내선 승객은 급증세다. 제주·부산행 항공편은 만원일 때도 많다. 지난 3월 제주공항과 국내 12개 공항을 오간 항공편 수는 코로나 전인 2019년 3월보다 1.2% 많았다. 1년을 넘은 사회적 거리두기 피로감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이다.

정부가 7월부터 제한적인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정부가 허가한 여행사의 단체여행에 한해, 여행할 상대국과 협의를 거쳐 입국 때 격리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괌·사이판·싱가포르·대만·태국 등이 거론된다. 저비용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들은 사이판·괌 등의 정기 운항 재개와 항공권 예약 판매 등으로 바쁘다. 여행사들은 1년 내에 여행 일자를 지정하면 되는 상품 판매가 벌써 호조다. 다들 기대에 차 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벌어지는 변화다. 여러모로 다행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트래블 버블’은 미래형이다. 스페인과 협정을 추진한다고 할 뿐, 한국 여행자들을 격리나 동선 등의 제한 없이 받아들이는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개인의 자유여행은 어림도 없다. 더구나 해외여행객의 대부분인 20∼50대 접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정부 계획대로 가도 1차 접종은 오는 9월까지다. 2차 접종 완료는 올 11월이다. 거리두기는 계속 연장되고 있다. 이러면서 언제 가능할지 아득한 해외여행 꿈을 꾸라고 서둘러 발표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헛된 기대를 키우는 게 보상책이 될 수는 없다. 이제 한고비 넘었을 뿐이다.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백신 접종 지연을 만회해볼 요량으로 오버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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