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배타적사용권 획득 경쟁 '치열'..이유는?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보험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배타적 사용권 신청 건수를 이미 달성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창의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해당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일종의 보험 특허다. 독점 판매 외에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어 보험사들의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17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배타적 사용권 신청 건수는 총 22건(생보 6건, 손보 16건)이다. 지난해 배타적 사용권 신청 건수(22건)를 이미 달성했는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사례를 보면 대형 보험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생명보험회사 상품은 ▲미래에셋생명 '다자녀 출산여성 특정 암보험료 할인특약'(배타적사용권 3개월) ▲한화생명 'LIFEPLUS 운동하는 건강보험 무배당'(배타적사용권 6개월) ▲삼성생명 '삼성 올인원 뇌심보장보험 무배당'(배타적사용권 6개월) ▲한화생명 '한화생명 늘곁에 간병보험 무배당'(배타적사용권 6개월) ▲동양생명 '무배당돌발성난청·수면무호흡증보장특약F'(배타적사용권 3개월)다. 다음달 1일 정식 출범을 앞둔 신한라이프의 보험상품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오렌지라이프를 흡수합병하는 신한생명이 '신한라이프놀라운건강보험(무배당·갱신형)'의 배타적사용권 심의를 지난 11일 신청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의 올해 첫 배타적사용권 획득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보는 '무배당 KB 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 상품의 '갑상선암 호르몬약물허가치료비(최초1회한)' 담보에 대해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따냈다. 한화손해보험은 '무배당 밝은눈 건강보험(연만기 갱신형)'에 탑재된 망막특정질환진단비, 각막특정질환진단비, 안구특정상해진단비 등에 대해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MG손해보험은 '무배당 스마트 건강종합보험'에 탑재된 '여성난임 진단비, 여성난임치료비'로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삼성화재는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연간1회한)' 특약에 대해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사간 상품 모방을 방지하고 보험상품의 창의성을 높이고자 마련됐다. 2001년 도입 후 2015년까지 매년 10건 미만으로 등록되는 등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 정부의 보험 자율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사들이 신상품 개발 경쟁에 적극 나섰고,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된 보험상품도 늘었다. 보험사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건수는 2015년 9건에서 2016년 15건, 2017년 33건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2018년 16건, 2019년 18건을 기록했다.

배타적 사용권의 인정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사용권이 인정된 기간에 다른 보험사들은 동일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보험사가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각각 신상품심의위원회를 열고 보험상품의 독창성·진보성·유용성 등을 심사해 배타적 사용권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보험업계와 학계·소비자단체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로 구성됐다.

보험사들이 신상품을 개발하고 배타적사용권을 잇따라 신청하는 것은 보험 시장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진 것도 작용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보험상품이 몇가지 원리에 의해 만들어지다보니 반도체처럼 제작공정이 비밀이 되기 어렵다"며 "어떤 보험회사가 혁신상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바로 카피(copy·복제)가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아무도 혁신상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보장수요가 나타났을 때 거기에 맞는, 이전에 팔지 않았던 상품을 만든 보험회사에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배타적사용권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놓여있고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전통적인 상품만 팔아서는 안되는 상황이 됐다"며 "새로운 보험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보험사들이 혁신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때문에 배타적사용권 신청도 더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 실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지면서 여러가지 보장에 대한 니즈(필요)가 생기고 있다"며 "지금의 보장 수요에 딱 맞고, 기발한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게는 배타적사용권 인정기간을 더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상품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의 행사기간이 짧다보니 독점으로 인한 효과보다 마케팅 효과가 크다"며 "시장 경쟁 심화와 맞물려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보험상품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시대에 맞춰 보험사들의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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