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퇴직연금의 주인은 금융회사가 아닌 가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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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수익률에 수수료만 또박또박.'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언론 비판 내용이다.
최근 한 언론도 "연 1~2%대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퇴직연금사업자인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고 비난했다.
현행 퇴직연금은 가입자보다는 금융회사 배만 불리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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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수익률에 수수료만 또박또박.’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언론 비판 내용이다. 최근 한 언론도 “연 1~2%대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퇴직연금사업자인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1조원 가까운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고 비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6~2020년) 퇴직연금사업자 43곳이 거둬들인 퇴직연금 수수료 수입은 총 3조8000억원. 수익률은 2018년 1.0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2.58%로 회복했다. 현행 퇴직연금은 가입자보다는 금융회사 배만 불리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그간 학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서는 사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금투업권 종사자로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민망할 따름이다.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금투업권과 은행 및 보험업권 간에 의견대립이 크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업권 간 밥그릇싸움을 하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을지 두렵기만 하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55조원으로 성장했다. 디폴트옵션은 한 마디로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위한 표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현업에 바쁘기도 하거니와 대체로 금융상품이 어렵다 보니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넣어둔 채 방치해놓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투자업권이나 은행, 보험업권은 모두 디폴트옵션 도입 자체에는 찬성한다. 일찍이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이나 호주 등 퇴직연금 선진국에서 이미 디폴트옵션의 우수성이 입증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나라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간 7~8%에 이른다. 반면 적립금의 83.3%를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하는 우리나라 DC형의 5년 연환산 수익률은 2.14%에 불과하다. 다만 디폴트옵션 상품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넣을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업권에서는 안전성을 고려해 디폴트옵션 유형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적배당형 상품으로만 디폴트옵션을 제시할 경우 원금 손실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적배당형 상품은 급격한 경기변동 등으로 단기간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현되지 않은 평가손일 뿐이고, 결국엔 수익률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충분히 배웠다. 퇴직연금은 속성상 장기간 운용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시장변동을 이기는 법이다.
더욱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디폴트옵션 적용 전에 얼마든지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굳이 이런 마당에 디폴트옵션에 또다시 원리금 보장상품까지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금투업권의 주장인 셈이다.
한국연금학회장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4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현재와 같은 낮은 수익률의 퇴직연금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인 재앙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상품을 넣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역설했다.
퇴직연금의 주인은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아니라 바로 가입자들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노총도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윤석명 회장의 주장을 지지한다. 가입자들이 원하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퇴직연금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퇴직연금 개혁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해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윤영호 한국금융투자협회 정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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