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제안으로 국가무형문화재 된 '막걸리 빚기'

2021. 6. 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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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모 문화재청장

문화재청은 6월 15일 ‘막걸리 빚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2019년 한 국민의 제안으로 추진된 지 2년 만에, 막걸리를 만들고 나누는 전통적인 생활관습이 국가가 보호하고 세대를 거쳐 전승해야 할 한국의 중요한 무형적 자산임을 인정받게 됐다.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대중적인 술인 막걸리와 이와 관련된 문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막걸리는 예로부터 한국인의 공동체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농민들 사이에서 같은 품삯을 받더라도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막걸리는 고된 노동의 피로와 고단함을 잊게 하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일상적인 노동 현장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의 의례나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단골로 등장하는 술이기도 했다. 지금도 건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식당 개업식 등에서 제물로 쓰이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과거에 막걸리는 노동자들이 시장기를 면하기 위해 식사 대신 먹기도 했지만, 오늘날은 식사와 겸하여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로 만들기 때문에 한국인의 밥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매력이 있다. 막걸리와 김치, 막걸리와 빈대떡, 막걸리와 홍어 삼합 등 다양한 반주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서, 막걸리 빚기와 함께 관련된 식문화도 세대와 세대를 거쳐 한국인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막걸리 문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막걸리 빚는 모습.


현재의 이삼십 대는 공감하지 못할 수 있으나, 사실 과거에 막걸리는 김치나 된장과 같이 집집마다 직접 만들어먹던 발효 음식 중 하나였다. 막걸리는 ‘쌀, 누룩, 물’이라는 자연에서 얻어진 세 가지 재료와 ‘시간’이 빚어내는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재료와 제조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므로 많은 사람이 만들어 즐길 수 있었고, 가정, 마을, 지역 마다 특유의 막걸리가 발달하였다. 막걸리는 쌀로 만든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지역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주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좁쌀, 옥수수, 감자, 밤 등으로 만든 막걸리가 그 예다.

근대 이후 집에서 막걸리를 담그는 문화는 위기를 맞았다. 1995년 가양주가 다시 허용되기 전까지, 막걸리를 비롯해 집에서 만드는 술은 밀주로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또 한국인의 주식인 쌀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쌀로 만드는 막걸리가 금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대에 따른 국가 정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막걸리 문화는 그 생명력을 증명하듯 생산방식과 재료를 달리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2000년대에 한국 사회에 본격화된 막걸리 유행에 힘입어, 오늘날에는 다양한 주체에 의해 막걸리의 창의적인 변주와 해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막걸리의 전통적인 제조 방법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막걸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나눠 먹는 이들도 인터넷 상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올해 4월, 문화재청이 막걸리 빚기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를 알리면서 SNS를 통해 실시한 참여형 이벤트에는 수천 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어 막걸리 문화에 대한 현대인의 높은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이벤트에 참여한 많은 분이 막걸리 빚기 체험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식생활의 현대화와 분업화로 인해 한국인이라고 해도 한국의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 줄 아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한국의 사회, 문화 그리고 역사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이자, 그 자체로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나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분들께 한국의 전통 문화를 직접 오감으로 체험하고, 거기에 담긴 오랜 지식과 이야기를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하고 ‘막걸리 빚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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