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에서 발 뺀 롯데..향후 온라인 유통 전략은
온라인 강화 전략 차질..우선 자체 생존 모색할 듯
11번가·홈플러스와 협력설..요기요 인수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롯데그룹이 유통업계 최대의 화두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라이벌 신세계그룹에게 밀리면서 온라인 유통 강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신세계그룹보다 약 1조원 정도 적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검토 결과 인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추가 투자 비용 소요가 커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번 인수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향후 M&A를 비롯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면서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 크지 않았다"며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놓치면서 e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규모에서 경쟁자에게 크게 밀리는 처지가 됐다. 당장 신세계의 e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약 4조원)과 이베이코리아(20조원)의 거래액 규모를 합치면 쿠팡(22조원)을 제치고 e커머스 업계 2위에 오르게 된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이었다.
또한 신세계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통해 네이버와 기존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며 온라인 쇼핑 사업을 단숨에 확장시켰다. 네이버와 신세계, 이베이코리아가 내는 시너지에 따라 앞으로 온라인 쇼핑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롯데온은 외형도 작지만 내실도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롯데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150억원) 같은 기간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적극 검토해왔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규모를 통해 온라인 사업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롯데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해왔다.
롯데는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 나영호 롯데온 대표를 영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다만 인수가가 높아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고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왔다는 점에서 롯데의 이번 선택을 향후 행보를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는 우선 자체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나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끈 베테랑인 만큼 롯데온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품과 패션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온은 식재료 전문관인 '푸드온', 패션 전문관인 '스타일온' 등 각종 전문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줄곧 '꼭 써야 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세계와 네이버 동맹에 맞설 합종연횡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열린 투자자설명회(IR)에서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오픈해 놓고 이야기 하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네이버,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을 모두 합치면 약 55조원에 이른다. 새롭게 탄생할 '유통 공룡'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나머지가 모두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외부 협력 강화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롯데가 외부 협력과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언급한 만큼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롯데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2019년부터 자산 유동화 작업을 해왔다. 백화점·아울렛·마트 등을 매각해 롯데쇼핑에서만 약 3조4000억원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무산되면서 롯데가 시장 나온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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