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볼 때마다 신선한 게 장점이자 단점, 푸조 3008
2021. 6. 17. 09:05
-디자인 바꾸고 안전기능 추가한 부분변경
-새롭게 도약할 브랜드 변화 가늠할 수 있어
3008은 푸조의 중심점을 잡으며 성장을 다져온 대표 SUV다. 세단과 해치백 중심이었던 브랜드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 역할을 했고 인기 세그먼트인 SUV 시대에 편승해 수익성 증가에도 큰 도움을 줬다. 실제로 3008은 2016년 글로벌 출시 이후 세계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카다. 2세대의 경우 국내에서도 2017년 4월 출시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판매량 5,820대를 달성하는 등 전체 판매량의 40.8%를 차지하고 있다.
푸조는 3008을 통해 매번 새로운 방향과 미래 가치를 표현한다.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도 마찬가지다. 풀 체인지급으로 바뀌는 요즘 추세를 감안하면 다소 싱거울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법 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푸조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사용해 경쟁할 것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디자인&스타일
디자인은 신형 3008 변화의 핵심이다. 앞은 차체와 램프의 연결성을 강조한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을 채택했다. 각 부품과의 경계가 없으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형태다. 사자 로고는 중앙에 수직으로 위치하고 새로운 숫자체의 3008 레터링도 보닛 앞 코에 붙였다.
또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새로운 푸조의 시그니처 주간주행등(DRL)도 적용했다. 앞으로 나올 푸조 신차들도 비슷한 스타일의 디자인이 반영될 예정이다. 풀 LED 헤드램프는 디자인이 한층 날렵해졌다. 안개등을 포함하며 범퍼 하단의 양 끝에는 유광 블랙으로 장식을 더해 스포티한 모습을 드러낸다.
옆은 그대로다. 볼륨감을 강조한 펜더를 비롯해 가운데가 끊어진 캐릭터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지붕선과 도어 아래쪽에는 두툼한 크롬도금을 둘러 고급함을 키웠다. 이 외에 큼직한 사이드미러와 보닛 라인을 따라서 새긴 펜더 장식, 단정한 모양의 18인치 휠은 그대로다. 뒤는 사자의 발톱 자국을 형상화 한 3D LED 리어램프가 입체적으로 변했다.
스모키 글라스로 마감해 고급감을 높였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LED 시퀀셜 방향지시등도 새롭게 적용했다. 램프 사이를 흐르는 유광블랙 장식과 크롬도금 범퍼는 화려하며 사각 배기구, 후방 안개등 위치는 기존과 동일하다.
실내는 기능 위주로 개선했다. 때문에 눈에 보이는 변화는 크게 없다. 콤팩트한 사이즈의 더블 플랫 스티어링 휠,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 8인치 터치스크린,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토글 스위치 등 예전과 다를 게 없는 구성이다. 스티치 패턴을 세련되고 모던한 형태로 바꾼 알칸타라 시트 정도가 특징이다.
그래도 푸조의 아이-콕핏 실내는 여전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맛을 자랑한다. 언제 봐도 신선함으로 가득하며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다양한 화면에 불이 켜지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피아노 건반 모양의 토글 버튼과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전자식 변속기 등 각 부품들의 스타일도 훌륭하다.
2열은 무난하다. 무릎이나 머리 위 등 전체적인 공간에 있어서는 부족하지 않지만 헤드레스트 일체형 1열 시트 및 도어 패널이 살짝 두툼해 개방감이 다소 떨어진다. 이 외에 2열 전용 송풍구가 툭 튀어나와 있어 중앙에 사람이 앉아 이동하기에는 불편할 듯하다. 트렁크는 네모 반듯해 활용도가 좋다. 또 2열을 접으면 풀플렛 가까운 평탄화가 나와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성능
동력계는 유로6d 기준을 충족하는 1.5ℓ 블루HDi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0.61㎏·m를 내고 EAT8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8g/㎞로, 기존보다 12.6% 개선됐으며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역시 강화된 기준을 충족한다.
공인 효율은 복합 15.8㎞/ℓ(도심: 14.5㎞/ℓ, 고속: 17.8㎞/ℓ)로 이전(복합 14㎞/ℓ) 대비 12.6% 높아졌다. 이 외에 드라이브 모드는 표준, 스포츠, 에코 3가지 일반 주행 모드와 눈, 진흙, 모래모드 등 다양한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그립 컨트롤까지 총 6가지로 나뉜다.
디젤 잘 만드는 회사답게 파워트레인은 크게 흠 잡을 곳이 없다. 부드럽게 반응하며 일정 속도에 올려 놓으면 가솔린 차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고요하다. 엔진회전수를 올리는 과정도 한결 매끈하며 디젤차 특유의 거친 떨림은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은 평균값을 잘 해낸다. 경쾌하게 속도를 올리고 시원스럽게 내달린다.
물론 풀 스로틀로 갈수록 숫자가 올라가는 시간이 더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답답함을 느끼기 힘들다. 오히려 디젤차 특유의 저속 토크감이 일품이다. 언덕길이나 추월 가속 시 재빠르게 반응하며 호쾌한 펀치력을 제공한다. 때문에 배기량이 작아서 힘이 부족할 것 같다는 우려는 접어도 좋겠다.
서스펜션은 프랑스 돌길을 테스트트랙 삼아 달리며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은 푸조의 흔적이 돋보인다. 거친 도로 위 굴곡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최적의 승차감을 낸다.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크게 몸을 흔들거나 탑승자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라이벌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실력을 드러내며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안전 품목 개선은 주목할 부분이다. 신형으로 오면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더욱 강화했다. 앞 차와의 거리 유지는 물론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스톱앤고',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을 더했다. 이 외에도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LKA),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ABSD), 어드밴스드 비상 제동 시스템(AEBS),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HBA) 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기능을 활성화 하고 고속 주행을 했을 때 편리함은 배가 된다. 각 기능들의 구현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웠다. 두려움 보다는 믿음이 먼저 들었고 피로도가 크게 줄었다. 곡률이 심한 커브를 만났을 때 스티어링 휠이 빠르게 조향되는 부분 딱 하나만 아쉬웠다. 이를 제외하면 준수한 실력으로 장거리 주행에 큰 힘이 된다.
▲총평
신형 3008은 푸조의 가능성과 가치를 재발견하며 기대감을 높이는 차다.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을 디자인과 언제 봐도 손색없는 스타일은 덩치 큰 SUV보단 세련된 쿠페를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보강한 편의 품목, 다양한 안전 기능이 더해져 상품성이 한 층 높아졌다. 패밀리 SUV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구성은 여전하다. 넉넉한 공간, 알찬 수납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조금 더 끌어 올린다면 기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할 잘 만든 차다. 그만큼 수입 중형 SUV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한번쯤 눈 여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회사는 신형 3008 SUV를 시작으로 트림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 '알뤼르', 'GT' 트림은 그대로 유지하고 'GT라인'을 삭제했다. 또 최상위 버전인 'GT 팩'을 새롭게 추가했다. 3008 SUV는 'GT' 단일 트림으로 출시하며 향후 알뤼르와 GT 팩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4,6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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