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바이든 "위협 없었다"..푸틴 "적대감 없이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첫 회담을 갖고 '전략적 안정'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4~5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회담은 3시간여 만에 끝났다. 소인수 회담 후 1차 확대회담, 2차 확대회담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1·2차 확대회담을 합쳐 진행하면서 시간이 줄었다고 백악관 측은 설명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긴장의 기간에도 전략적 영역에서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며 무력 충돌의 위험과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려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은 핵무기 통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예로 보여준다"며 "오늘 우리는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러한 목표와 일관되게 미국과 러시아는 가까운 미래에 신중하고 강력한 통합 전략 안정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 대화를 통해 향후 군비 통제 및 위험 감소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뉴스타트는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체결한 협정이다. 19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을 잇는 것으로,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1월 푸틴 대통령이 뉴스타트 5년 연장안에 서명하면서 2026년 2월5일까지로 기한이 연장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인 회담의 분위기를 말하자면 좋고 긍정적이었다. 거슬리는 행동은 없었다"며 회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을 나서며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들기도 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협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위협은 없었다"며 "나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냉전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신냉전 상태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어느 누구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것을 단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양국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회담이 미러 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달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적인 회담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건설적이고 경험이 많으며 균형 잡힌 대화 상대라고 평가하며 "적대감 없이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원칙적으로는 여러 부분에서 입장이 다르나, 양측이 서로 이해하고 입장을 좀 더 가깝게 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세부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차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수감 문제를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사망할 경우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인권 문제는 항상 테이블 위에 있을 것"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따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등을 언급하며 미국도 인권 문제를 안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사이버 해킹 문제도 의제로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해킹 의혹 등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가 상당한 사이버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려줬고 그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측에서 자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며 해킹 배후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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