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배달' 현실화 될까..'찬반 팽팽'

차지현 2021. 6. 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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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우려 vs 환자 의료 접근성 개선
'원격 의료'는 대세..신중히 접근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챌린지'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간의 대립이 첨예하다. 규제챌린지는 정부 주도로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국내 규제가 있으면 과감히 없애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제시된 제시된 규제 완화 검토 대상은 모두 15개다. 이중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완화와 약 배달 서비스의 제한적 허용이 규제 완화 검토 대상 중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의약품 배달 서비스다. 약사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의약품 배달 중 의약품 변질되는 등 안전성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의약품 배달 서비스가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원격의료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분석도 있는 반면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의약품 배달 서비스 두고 찬반양론

정부는 최근 중소·중견기업 경제인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는 규제챌린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요 보건의료 과제는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신기술 활용 의료기기 중복허가 개선 △의료기기 제조사내 임상시험 일부 허용 등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 배달 서비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탁터나우(배달약국) 등 의약품 배달 서비스 앱이 출시됐다.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입력하면 의약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대한약사회 측은 의약품 배달 서비스가 '전문의약품은 약사가 운영하는 점포나 약국 이외에서 판매할 수 없다'는 약사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재외국민 등 대면 진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진료를 허용하고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배달을 일정 기간 동안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임시로 허용했던 원격의료 서비스를 정부가 규제 해소 과제로 선정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약사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의약품 배달 서비스에 반대한다. 비대면으로 복약지도를 할 경우 오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의약품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사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전달 과정은 경제성이나 편의성보다는 안전성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의약품 원격조제와 배달 서비스는 의약품 훼손과 변질, 부작용 관리 부실, 마약류의 오남용 유발, 오투약 등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의약품 배달 서비스 등 원격 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보통 환자들은 진료를 기다리거나 처방받은 약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만성질환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경우 잠깐의 치료를 위해 일일이 병원과 약국을 찾는 과정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박현선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보통 질병 하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약국을 서너 번 방문해야 하는데 직장인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약을 타려고 기다리는 시간 등 해결할 수 있는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원격진료가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원격조제 및 의약품 배달 등 원격의료가 장기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대기 시간 동안 환자 안내 등에 드는 수고를 덜어 진료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그는 "의약업계 현안을 결정할 때 정부, 기업, 병원 등 이해관계 중심이 아닌 환자가 불편한 점을 최우선으로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는 세계적 흐름

일각에서는 의약품 배달 서비스 등 원격의료를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 미국의 경우 이미 유통업체 아마존이 '아마존 파머시'를 선보이면서 의약품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일본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 중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원격의료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이 2015년 181억달러(20조원)에서 매년 14.4%씩 성장해 올해는 412억달러(46조)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원격의료를 도입한 곳은 26개국에 달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경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 원격의료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격의료 시장이 커지면 신산업이 창출되고 관련 스타트업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헬스 솔루션 업체 라이프시맨틱스, 비대면 헬스케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케어랩스 등의 기업이 원격의료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솔루션 기업 '비플러스랩', 전화상담 처방 서비스를 출시한 '엠디스퀘어' 등은 최근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원격의료 임시 허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데 안전성 우려뿐만 아니라 법적 문제, 의료 생태계 파괴 등의 논란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원격의료는 일반 진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편익을 고려해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의약품 배달 서비스는 지역 약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의료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형약국이 아닌 동네 약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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