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에선 표정 없던 아이들, 교실 오니 활짝..전면등교 더는 못 미뤄"

장지훈 기자 2021. 6.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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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학기부터 각급학교 '전면 등교' 추진
"학습 격차 심각..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갈 때"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등교하고 있다.2021.6.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줌(Zoom)으로 수업하면요, 아이들이 표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활짝 웃어요. 매일 학교 오라고 하면 싫어할 것 같죠? 아닙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친구 얼굴만 봐도 펄쩍펄쩍 뜁니다."

대구 달성군 강림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임성무 교사(58)는 16일 뉴스1과 통화에서 '전면 등교'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표정"이라고 대답하곤 이같이 덧붙였다.

임 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지 않았는데 전면 등교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매일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소통하고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 어떤 고난이 있어도 등교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며 "대구에서 선제적으로 전면 등교를 했을 때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학생·교직원 확진자는 많지 않았고,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는 세종과 함께 지난 3월 신학기부터 모든 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지만 전면 등교를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학교는 나올 수 있지만 모든 학교에서 지난해처럼 다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 모든 학생이 매일 등교하도록 하고 있다.

임 교사는 "지난해 4월쯤 느즈막히 온라인 개학을 했고 등교 개학은 5월에야 했다. 3분의 1씩 등교하다가 절반씩 등교한 때도 있었고 전면 등교를 추진하다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기도 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했지만 수업 효과는 대면수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아이들의 인성·사회성 발달에도 악영향이 커 전면 등교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오는 2학기부터 전국 각급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로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 여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등교수업을 확대하는 데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면 등교를 실시하는 지역 학교에서는 전면 등교 전후 차이가 극명해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북 전주 우전중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송가은 교사(31)는 "전교생의 3분의 2씩 등교하다가 전면 등교로 바뀌면서 교사의 업무는 가중됐지만 2년째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을 생각하면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북의 경우 지난달 24일부터 사실상 전면 등교를 실시하고 있다. 전교생이 600명 이하이거나 600명 초과 700명 이하이면서 학급당 학생수가 25명 이하인 경우, 읍·면 단위 농·산·어촌 학교인 경우 전학년 매일 등교를 허용하고 있다. 도내 93.6% 학교가 이에 해당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학교 구성원의 협의에 따라 전면 등교를 실시할 수 있다.

송 교사는 "선생님들끼리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많이 저하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아무리 원격수업을 충실하게 해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한계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학생은 이제야 방학이 끝난 기분이라고 하더라"며 "원격수업이라는 '변소'가 어느새 새로운 일상이 돼 버렸지만 더 늦기 전에 교사와 학생이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송 교사는 "이미 벌어져 있는 학력 격차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전면 등교를 하면서 각 수업 시간이 5분씩 단축됐는데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일일이 케어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와 함께 지난 3월부터 전면 등교를 실시한 세종에서도 학교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 한 중학교 1학년 담임 정모 교사(52·여)는 "KF94 마스크를 쓰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수업을 하다 보면 쓰러질 것 같은 날도 있다"면서도 "교사로서, 또 학부모로서 대면수업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생각을 요즘 더 뼈저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중학교 1학년은 학생으로서도 배움의 기틀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소통의 기술을 익히는 시기인데 원격수업은 너무 큰 벽"이라며 "다만 세종의 경우는 낫지만 대도시의 과밀학급 문제와 급식 시간 밀집도가 상승하는 문제는 교육당국에서 세밀한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등교수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전면 등교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급식과 과밀학급 문제를 꼽고 있다. 급식 시간은 학생들이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는 시간인데, 전면 등교를 시행할 경우 급식 시간이 너무 길어져 교육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밀학급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많게는 40명에 육박하는 학교도 있어 교육당국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경희중에 근무하는 1학년 담임 이재희 교사(43·여)는 교육부의 학교 밀집도 기준 변경으로 지난 14일부터 등교 인원이 기존 전교생의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확대된 데 대해 만족한다면서도 전면 등교로 확대했을 때는 현장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원격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게임을 하거나 메신저로 채팅을 주고 받아도 교사가 개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며 "작년에도 1학년 담임을 맡았고 올해도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많이 저하했다는 것을 별다른 진단이 없이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다만 "2개 학년이 급식을 먹는 것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전 학년이 등교하면 지금 방역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정과 인력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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