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란 대선, 이슬람 강경파 당선 유력..핵협상 악재?

최서윤 기자 2021. 6.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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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합의 복원 협상·경제위기 헤쳐 나갈 새 정부 향방은?
오는 2021년 6월 18일 치러지는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61)I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있다. 라이시는 이란 사법부 수장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고문으로, 2017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한 온건 성향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란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경 보수 성향 에브라힘 라이시(61)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가 국가지도자운영회의를 통해 국가최고정책 결정권과 주요 직책 임면권 등을 행사하는 체제로, 대통령이 바뀌는 데 따른 당장의 변화는 크지 않다.

다만 대통령도 산업과 외교정책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라이시 후보 당선 시 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변화는 예상된다. 새 정부 임기 중 고령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현 최고 지도자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 유럽 등의 강력한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제사회와의 핵 합의(JCPOA) 복원 협상이 진행 중이란 점에서 대선 이후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후보의 지지자가 2021년 6월 15일 테헤란에서 열린 유세 도중 그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16일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보면 이란은 투표 준비가 한창이다. 재외국민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미국에도 27개 투표소를 설치하는 등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선 투표율 전망은 그리 높지 않다. 이란은 최고지도자와 측근들이 이끄는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데, 지난달 25일 발표된 대선 후보 명단은 중도 성향의 유력 인사들을 제외한 채 보수 일색으로 채워졌다. 이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등 정치 효능감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작년 2월 총선을 앞두고도 중도·개혁 성향 후보들이 다수 탈락한 데 반발해 유권자 57%가 선거 참여를 기피했는데, 올해 기권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소셜네트워크 상에선 단체 기권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돌고 있다.

이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기권하면 적들의 손에 놀아난다"면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의 배경으로는 낮은 정치 효능감 외에도 처참한 경제 상황이 꼽힌다. 현재 이란인들 사이에는 전임 로하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참담했다는 실망감이 만연히 퍼져 있다.

이란은 2015년 세계 강대국들과 맺은 핵 합의(JCPOA) 이후 1년 만에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약속한 합의 덕분에 외국인 투자 유입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탈퇴하고 나서면서 대(對) 이란 제재는 상당수 복원됐고, 추가 제재 조치까지 취해졌다. 이에 2017년 말과 2019년 말 두차례 대규모 반정부 소요사태까지 일어났다.

어렵게 위기를 극복하는가 했는데,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부터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이 안정되기 시작했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 붕괴로 국민들의 구매력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란과 EU, 중국, 러시아 외교관들이 2021년 4월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그랜드 호텔에서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핵 합의(JCPOA) 복원 협상 향방은 이번 이란 대선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주된 이유다. 핵 합의 당사국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과의 직접 협상, 유럽연합(EU) 의장단을 통한 미국과의 간접대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퇴임하는 로하니 대통령 자신이 핵 합의 성사의 주역이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핵 합의 탈퇴 이후 로하니 정부는 서방을 신뢰했다는 이유로 극우파들의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핵 합의 복원은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 위기를 해결할 핵심키인 만큼 중요한 외교 과제다.

라이시 후보는 서방세계를 불신하는 강경 보수 진영에 속하는 만큼 그의 당선이 핵 합의 복원을 어렵게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란의 강경 정권 수립은 핵 합의 복원을 시사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취임과는 반대로 가는 것으로 해석돼왔다.

다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라이시 후보를 비롯해 다른 강경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핵 합의 복원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클레멘트 테르메 이탈리아 유럽대학원 연구원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핵 합의를 되살리기 위한 내부 결정은 파벌 투쟁마저 초월한다"고 말했다.

통화 붕괴와 치솟는 물가, 일자리 감소 등 제재의 고통은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고, 7명의 후보 모두 이란이 핵 합의에 복귀해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TV 연설을 하기 전에 마스크를 벗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수립된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대통령들은 탄핵된 첫 대통령과 암살된 두 번째 대통령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헌법에 따라 4년 연임으로 재임했다.

이에 최대 8년이 될 차기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83세로 고령인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교체 가능성도 이번 대선을 둘러싼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이란 언론들은 이번 대통령 당선 유력 후보인 라이시를 후계자로 점쳐왔다. 라이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직접 임명한 사법부 수장 출신이기도 하다.

다만 라이시가 당선 후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가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란 관측은 힘을 잃게 된다고 AFP는 전했다.

이란은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 18세 이상 모든 성인이 투표권을 갖는다. 이란 국민 8천여만 명 중 유권자는 55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모든 투표용지는 수작업으로 개표돼 최종 결과 발표는 다소 지연될 수 있다.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다 득표자 2명의 후보를 추려 일주일 뒤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대선이 결선으로 넘어갈 경우 예정일은 25일이다.

이번 대선 투표에는 라이시를 비롯해 의회 상임 이사 세예드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세미(50), 핵 의학자 알리레자 자카니(55), 금융전문가 모센 메흐랄리자데(65), 중앙은행 총재 압도나세르 헴마티(64), 이란 혁명수비대(IRFC) 사령관 출신 모센 레자에이 미르카에드(67), 고위 외교관 사이드 잘릴리(56) 등 7명이 맞붙는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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