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에 걸린 '공공직집시행' 법안..사업추진 '빨간불'

노해철 기자 2021. 6.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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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만 가구 공공직접시행 근거법, 상임위 통과 '불발'
빨라야 8월 이후 재논의..현금청산 규제 수정 '주목'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정부의 '2·4 공급대책' 중 하나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대책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근거법안은 국회 문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다. 관련 입법이 늦어지면서 총 13만6000가구의 주택공급 계획에 탄력이 붙지 못하는 있다.

◇13.6만 가구 공공직접시행 근거법 논의 '지지부진'

1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4 대책’ 관련 8개 후속법안 중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은 최근 열린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위한 도시재생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해 국토위 전체회의(18일), 본회의(28일)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2개월 뒤 시행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은 여전하다는 게 국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당 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주도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충분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업주체인 LH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LH에서 촉발된 땅 투기 사태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주체가 LH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LH에 대한 개혁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인데, 공공 직접시행을 맡기는 게 적절한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토지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다. 토지주에 대해선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부여한다.

사업 추진 시 공공재건축과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사업계획 통합심의 등 행정절차 간소화로 정비구역 지정부터 이주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기존 13년보다 짧은 5년 이내로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

국토부는 이 사업으로 서울 9만3000가구 등 전국에서 총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 논의가 늦어지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아직 후보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 6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따른 사업성 분석과 사업계획 등을 도출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7월 중에는 후보지를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진주 아파트 재건축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2020.8.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입법 논의, 빠르면 8월 이후…'현금청산' 규제 수정될 듯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입법 논의는 이르면 8월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8월까지 LH 혁신을 위한 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H 조직 개편안이 마무리되면 LH를 사업시행자로 공공 정비사업 법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공공 직접시행 정비상 사업 추진에 따른 현금청산과 관련해선 실수요자 중심으로 반발이 크다. 정부는 2·4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책 발표 다음 날인 2월5일 이후 해당 지역의 토지나 주택을 구입한 자에 대해선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다.

개발에 따른 투기 수요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달리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계속 추진된다는 점에서 현금청산에 따른 주민 반발 가능성은 더욱 크다.

국토위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현금청산 규제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토위는 이번 법안소위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우선공급권 부여 기준일을 당초 '2월5일'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일'로, 판단기준은 '매매계약 체결'에서 '이전등기 완료'로 수정한 바 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해당지역의 주택을 구입한 실수요자에 대해선 현금청산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지구지정 요청 일을 기준으로 해당 지역의 주택 등을 3년 또는 5년 이상 보유한 자를 대상으로 우선공급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거안정을 고려한다면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투기를 억제하면서 실수요자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면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LH는 최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도정법 개정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해당 사업의 시행을 위한 사업체계와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 이를 토대로 도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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