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1년]전국 절반이 '조정지역'..내성만 키웠다
시중유동성·공급부족에 집값상승 못막아
풍선효과 부작용 키우고 정책 불신 키워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지정·관리하고 있지만, 변별력이 없이 내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국 절반이 규제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근 지역으로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등 오히려 상승지역만 넓혔다는 평가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상 보유자 종부세 추가과세 등 세제가 강화되고 LTV 9억이하 50%, 초과 30%가 적용되는 등 금융규제가 더해진다. 여기에 주택구입시 실거주목적 외 주담대 원칙 금지 등의 청약규제 강화도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규제에 더해 조합원지위양도 및 분양권전매제한 등 정비사업 규제강화와 LTV(9억이하 40%, 초과 20% 등) 강화 등이 추가된다.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은 연일 상승세다. KB부동산 주간 통계에 따르면 6·17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7일 기준 18.5%, 21.3% 각각 상승했다.
서울 전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4·7 보궐선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106㎡는 작년 12월 37억원(5층)에서 지난달 15일 45억원(4층)으로 5개월 사이 8억원이 올랐고, 올해 2월 재건축을 위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용면적 145㎡는 올해 1월 19억 8000만원(7층)에서 4월 27억 2000만원(5층)으로 값이 뛰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도 지은 지 33년 된 상계동 주공 12차 전용면적 66㎡는 올해 1월 6억 7800만원(15층)에서 지난달 19일 8억 4000만원(11층)까지 오르며 최근까지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은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호재가 더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더욱 거세졌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GTX-A가 정차하는 화성, 파주 아파트 값은 올 초 대비 각각 11.2%, 8.1% 뛰었으며 GTX-B, C가 거치는 남양주, 양주 역시 14.0%, 13.2% 올랐다. 현재 GTX-A의 경우 착공에 들어갔으며 C노선은 올해, B노선은 내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정지역을 비껴난 지역도 ‘풍선효과’를 나타내며 매매가격이 요동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 아파트가격은 올 1월부터 4월까지 무려 10.0%나 올랐다. 뒤를 이어 부산 기장군 9.6%, 경북 김천시 9.5%, 경남 양산시 8.7%, 충남 공주시 8.6%, 충남 아산시 7.9%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상승률인 4.7%보다 두 배 가량 웃도는 수치다.
청약수요도 쏠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조정대상지역에서 공급된 153개 주택형 중 110개가 1순위에서 마감, 청약 마감률 71.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60.4%)보다 11.5%p 오른 수치다. 현재 수도권에서 시군 전체가 비조정대상지역인 곳은 경기 가평·동두천·여주·이천·포천시, 양평·연천군과 인천 옹진군, 강화군이다. 이 중 양평역한라비발디1단지(16.3대 1), 가평자이(11.4대 1) 등이 해당 지역에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차별화를 통한 규제 강화가 풍선효과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향후에도 규제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를 한 결과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커졌고 부작용만 나타났다”며 “서울·경기 지역은 공급부족이 큰 지역인데다 재건축 규제완화와 교통망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 규제로써 시장의 가격 상승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수요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지만, 궁극적인 유동자금을 회수할 수는 없기때문에 풍선효과가 계속해서 나타났다”며 “또 조정지역 지정 이후 주변 지역이 계속 오르는 것이 학습됐기 때문에 향후에도 효과를 나타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수정 (sjs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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