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기성규칙의 붕괴
요즘 어딜 가나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세대와 2000년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통칭) 혹은 '청년'이란 키워드로 난리다. 이 단어가 특히 이슈가 되는 까닭은 그들이 여러 영역에서 기성세대의 공식을 전복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가령 제1야당에서는 청년층을 주축으로 '30대 당대표'를 만들어냈다. 기존 보수정당의 체질을 볼 때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MZ세대가 사무직 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동조합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 권리를 찾으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사실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성세대의 공식을 전복한 것은 청년세대가 아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에게 배운 대로 치열하게 경쟁했고 노력했다. 하지만 막상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그 노력이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세대가 '공정'이란 개념에 주목한 것은, 그들이 다른 세대보다 특히 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에 절어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저 기성세대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왜 내가 한 만큼, 그들이 약속한 만큼 그 결과물이 돌아오지 않느냐는 절규와 다름없을 것이다.
한국은 총 GDP(국내총생산)로 따지면 이제 톱10에 들어가는 국가가 됐다. 개인별 삶으로 따져도 당연히 과거보다는 훨씬 먹고살 만해졌다. 1인당 GDP로 따져도 30위권 안의 나라가 됐다. 적당한 중견기업에서 연차를 쌓으면 전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서 삶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느냐 하면 다들 한숨을 쉬게 된다.
한국은 잘사는 나라로 성큼 성장했는데, 정작 그 구성원들의 삶이 단계별로 성장하는 건 막막해진 상황이 온 것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더욱 그렇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 수 없을 만큼 집값이 저렇게 비싼데, 그저 먹고사는 데 만족하고 다른 취미라도 가지려 치면 뭔가 낙오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아득바득 다른 가능성에 도박을 걸어서라도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자동차에 탑승하려 한다. 그게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신조어) 비트코인 열풍'이다.
부동산은 원래 복제가 불가능한 재화다. 마치 비트코인처럼 처음부터 발행량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 재화의 분배는 사실상 청년들의 부모세대쯤에서 거의 끝이 났다. 들어갈 사람은 이미 다 들어가 앉았다. '막차' 이야기하던 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는 수요가 공급보다 몰린다. 서울의 주택 대기수요가 자그마치 50만가구라고 한다. 분명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이들이 생애 설계과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주택을 가질 수 없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냉소적으로 본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왔어야만 했던 현상이다. 서울은 이제 뉴욕이나 도쿄나 런던이나 파리에 비해서도 꿀릴 게 없는 도시가 됐다. 그러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아직도 저 세계 주요 도시에 미치지 못한다. 런던 중심가에 살려면 월세를 8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지만 서울이 그렇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기성세대는, 특히 현정부 지지층은 '우린 할 만큼 했는데 왜 이러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세대 입장에서 이 상황은 자신의 직전 선배들에게는 열려 있었던 하나의 거대한 문이 자기 눈앞에서 닫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의 요구는 즉자적이다. 말하자면 가방이라도 지하철 문틈에 끼워서 잠깐 지하철이 열리는 순간 나만 탑승하고 내 후배들 앞에선 가능성이 닫히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윤리적이지도 않고 한국사회 전체를, 후배세대를 배려하는 모습도 아니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정말로 이해가 된다. 이들의 불만과 정면으로 대면하고 대화하지 않고 한국사회가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이들의 욕망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 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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