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나비효과'[광화문]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1' 행사 둘째날인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 전시장. 낮 시간이었지만 코로나19 시대를 잊게 할 만큼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의 전시관들이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현지 투자에 감사를 표시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배터리 산업의 부상은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른 것이다 . 멀게만 느껴졌던 전기차 시대는 테슬라의 등장과 함께 성큼 앞당겨졌다. 지난 3월 CNBC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00억 달러(280조 원)에서 향후 10년간 약 20배인 5조달러(5612조원)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전망치를 더 높였다.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전기차 시장이 7조 달러 시장으로 성장하고, 2050년엔 46조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의 등장은 배터리나 소재 산업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내연기관 시대에 절대시 되던 엔진 경쟁력의 비중이 줄고 배터리, 소프트웨어, 반도체, 전자 부품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는 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지배하던 시장에 테슬라와 같은 새로운 강자를 등장시켰다. 애플과 같은 IT 업계의 거물들도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가전기업 LG전자도 전장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전기차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경쟁을 앞당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자율주행 제어를 위한 구동장치가 배터리·모터 등 전자부품으로 구성돼 기계장치 기반으로 작동되는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가 자율주행 시대에 적합하다. 전자부품으로 구성된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해 내연기관보다 통신 속도가 빠르고 다양해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데도 장점이 있다.
노동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50%가량 적어 근로자의 '일감'이 줄어든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 자동차 관련 일자리가 최대 25%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현재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이 2030년 중국에서 45%, 유럽 50%, 미국 35% 등으로 뛸 것으로 보고 계산된 것이다. 다른 글로벌 자동자 메이커에 비해 노조가 강성인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에 노조가 큰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정청 에너지로의 전환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로 인해 늘어난 전력 수요를 '기후 악당'인 화석 연료를 통해 조달할 수는 없는 탓이다. GS칼텍스,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잇따라 수소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서 이런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기차가 신재생 에너지, 수소 경제, 수소차 등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발전원의 친환경화는 역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다는 논쟁을 의미없게 만듦으로서 전기차 성장에 날개를 다는 흐름이다.
전기차의 등장은 한국 경제에 위기일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가 전기차 보다는 수소차에 주력하는 것으로 비춰져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분전하고 현대차가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을 내놓음으로써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놓는데 성공했다.
전기차가 가져온 전방위적인 파급 효과는 '탄소 중립'이 본격화될 미래의 혁명적 변화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모든 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도 더 큰 위기와 기회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날아오를 것이냐는 '탄소 중립'에 얼마나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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