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킬러’ 32세 여성, 美연방거래위원장 됐다
1914년 설립 이래 최연소 위원장
아마존 반독점 비판 논문 발표 등 빅테크 기업 규제 방법 연구해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32세 여성 법학자가 취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최연소 연방거래위원으로 상원 인준을 받은 리나 칸(32) 컬럼비아대 로스쿨 조교수를 위원 취임과 동시에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칸은 연방거래위가 1914년 기업 독점·불공정 행위 규제를 위해 설립된 이래 최연소 위원장이 됐다.
칸은 미국에서 ‘아마존 킬러’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빅테크 규제론자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IT) 대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학술·제도적으로 다양한 제재와 규제의 근거와 방법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바이든 정부가 시장 독과점과 세금 회피, 노동 착취와 소비자 정보 유출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빅테크 규제에 칼을 빼 들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불과 32세인 칸이 파격적으로 연방거래위원장에 앉게 된 것은 예일대 로스쿨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017년 발표한 졸업논문 한 편 때문이었다. 29세였던 칸은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단기적 소비자 편익, 즉 가격 인하 효과만 있으면 독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 법조계에선 1970년대 이래 시장 독점의 폐해를 가격 담합·인상에 맞춰왔기 때문에, ‘최저가’를 내세우는 아마존 같은 기업은 규제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칸은 “개인 소매업자나 소기업들은 최대 플랫폼 기반 기업인 아마존이 독점해 깔아 놓은 기차 레일(온라인 판매망)에 올라타지 않으면 상품 판매가 불가능한 구조에 강제 편입, 결국 최대 경쟁자에 의존하는 처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온라인 발표 즉시 재계와 법학계에서 15만여명이 열람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수십년간 굳어진 반독점법을 재편성한 논문”이라고 소개했다. 칸 본인은 아마존을 이용하지 않지만, 심장병 전문의인 그의 남편은 ‘아마존 프라임(아마존 무료 배송부터 영화·음악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우수 회원이란 점도 화제가 됐다. 학계에선 젊은 여성이 기존 학설을 뒤집고 이런 파란을 일으킨 데 대해 구설이 나왔고, “그럼 아마존을 규제해 소비자들이 다시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석기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비판도 컸다고 한다.
단숨에 ‘반독점 스타’가 된 칸은 로스쿨 졸업 후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20년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위에서 테크기업 시장 지배력 남용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이때 빅테크 규제에 공감하는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에게 명석함과 추진력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됐다.
칸은 파키스탄계로 198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1세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인문학 명문 윌리엄스 칼리지를 다녔으며, 당시 졸업 논문은 독일 출신의 공동체주의 정치사상가이자 ‘인간의 조건’을 쓴 한나 아렌트 연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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