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미학] 싱글오리진과 블렌드, 알면 더 맛있죠

2021. 6. 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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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오리진이라, 혼자 있는 오리가 입는 청바지인가?"

'김갑생 할머니 김'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RTD 커피 공장에서 이호창 본부장(개그맨 이창호)이 던진 개그에 얼마간의 침묵이 흐릅니다. 유튜브의 개그 채널 '빵송국'이 한 유가공 업체와 기획한 이 광고는 1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싱글오리진에 대해 무심코 던진 저 개그는 많은 이에게 궁금증을 일으켰습니다. 과거 커피업체들은 저가 품종인 로부스타가 아닌 100% 아라비카 품종을 사용한다고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라비카 품종 사용은 물론 100% 싱글오리진을 사용한다고 광고합니다. 도대체 싱글오리진은 무엇일까요. 싱글오리진 커피라면 무조건 믿고 마실 만한 것일까요.

싱글오리진은 말 그대로 단일 국가와 농장에서 재배된 단일 품종 커피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단일 국가의 커피를 지칭하는 의미로만 사용됐는데, 소위 제3의 물결이라 불리는 스페셜티커피 시대에 이르러서는 명확한 이력으로 커피의 품질을 강조하고자 그 의미를 더 엄밀하게 규정하게 됐습니다. 산업이 발전하고 산지에 자본이 유입되면서 커피 또한 와인과 같이 재배 환경, 품종, 가공 방식 등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블렌드는 두 종 이상의 싱글오리진 커피를 섞어낸 것을 지칭합니다. 싱글오리진 커피가 가진 장점을 구조화해서, 향수를 만들 때 조향하듯 적당한 비율로 여러 종류의 원두를 섞는 것입니다.

싱글오리진은 2007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한 영국 국가대표 바리스타 제임스 호프먼이 사용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관례대로 블렌딩 커피를 사용해 시연했는데, 호프먼은 싱글오리진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개성 넘치는 맛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산지를 찾은 그린빈바이어들은 고품질의 싱글오리진 커피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합니다. 일부 바이어는 농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며 더 뛰어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싱글오리진 커피는 과거 거래된 커피의 가격을 훨씬 뛰어넘어 판매됐고, 커피 애호가들도 블렌드 커피보다 싱글오리진 커피를 더 높게 평가하며 찾아 마시게 됐습니다.

하지만 블렌드는 여전히 커피 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령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전문점들은 싱글오리진의 물결 속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블렌드만을 사용합니다. 각 매장의 블렌드는 상징과도 같아서, 그 변함없는 맛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꾸준하게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수확 기간과 벨류체인의 각종 요소에 영향을 받는 싱글오리진과 달리 블렌드는 꾸준히 그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녀, 스타벅스나 파스쿠찌 등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도 베란다나 골든색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블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셜티커피를 선도하는 업체들도 각각을 대표하는 블렌드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블루보틀의 자이언트 스텝, 허트커피 로스터스의 스테레오, 인텔리젠시아의 블랙캣, 스텀타운의 헤어벤더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싱글오리진과 블렌드의 구분은 무의미해집니다. 관심을 가지고 마신다면, 두 커피 모두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해줄 만큼 아름다운 맛과 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조원진 SPC그룹 대리 겸 커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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