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단협 안지키면 행정조치될 것".. 상전 노릇하나

박세미 기자 2021. 6. 17.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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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학교장에 공문 보내
전교조 사무실.

전교조 일부 지부가 최근 지역 내 모든 초·중·고교 학교장들에게 “전교조와 교육청이 체결한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지도·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협을 맺으면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이행을 촉구했는데, 이번엔 전교조가 직접 나선 것이다. 이번 단협에는 ‘교사의 방학 중 당직근무를 없앤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일선 학교에선 “전교조가 완장을 찬 것처럼 학교를 윽박지르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교육청과 전교조가 맺은 단협이라도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일선 학교 처지에선 이를 따라야 하는 구조다.

◇전교조 “단협 위반 시 행정조치”

지난달 18일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 관내 초·중·고교 1300여 곳에 ‘전교조 서울지부 단체협약 이행 협조 요청’이란 제목으로 공문을 보냈다. “2020년 12월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서 “협약에 따라 2021년 교육청과 함께 하반기 단협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전에 귀교에서 단협이 잘 이행될 수 있길 바란다”며 점검 내용과 미이행 기준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도 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도 지난 4일 지역 내 500여 개 초·중·고교에 ’2021 단체협약 준수 협조 및 불이행 시 해당 기관(관리자) 행정지도 요청 알림'이란 공문을 보냈다. 인천지부는 “여름방학 근무조 편성 운영과 관련해 단체협약의 철저한 이행을 바란다”며 “단체협약 위반 학교는 전교조 인천지부로 회신해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단체협약을 계속해 불이행하거나 허위 보고할 경우 해당 기관(관리자)에 대해 행정지도 및 행정조치한다’는 내용도 안내했다.

공문을 받은 교장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청이 아닌 전교조에서 단협을 지키라고 학교에 드러내놓고 지시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이젠 전교조가 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상급기관이 된 거냐”고 했다. 인천 한 중학교 교장도 “전교조가 학교장을 상대로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습이 이 정부 들어 달라진 전교조 위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여름방학 중 근무조 폐지”

이번에 전교조 서울·인천지부가 각급 학교에 이행하라고 안내한 단협 사항에는 ‘여름방학 중 근무조 폐지’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예컨대 서울교육청이 전교조 서울지부와 맺은 단협에는 ‘방학, 재량 휴업일에 강제적 근무조 운영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교직원 투표를 통해 방학 중 근무조를 운영하거나, 오전·오후로 나눠 반일씩 근무하거나, 돌봄·방과후 과정을 담당하는 강사가 출근했는데도 교원을 근무하게 하는 경우도 모두 단협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방학 중 학교에 오는 학생 안전보다 교사 복지를 우선하는 거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교사들은 방학 중 순번을 정해 1회 정도 출근해 학생 안전 관리 등을 위한 ‘당직근무’를 선다. 방학 중에도 ‘초등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학교’ 등으로 학교에 나오는 아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그동안 이에 대해 “방학 중 당직근무는 교사의 의무가 아니다”, “재충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방학·휴일 중 근무를 반대해왔고, 이를 단협으로 관철시켰다.

인천 한 초등학교 교장은 “방학은 법적으로 교사들 휴일이 아니라 연수일로 규정돼 있다”며 “교사가 방학 중 단 한 번 출근하는 것마저 못하겠다면 어느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맡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방학 중 당직 여부 정도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개별 사정은 아랑곳 않고 ‘단협 위반’이라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간 단협에는 교사가 학습 지도안, 주간 학습 계획안 등을 작성해 교장에게 결재받는 것을 폐지하고, 교사가 조퇴나 외출, 지각을 구두·대면으로 허락받거나 연가 신청 시 구체적인 사유를 기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교사의 조퇴나 연가는 아이들 학습권 침해와 직결되는 것인데,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쉬어도 눈 감아달라는 거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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