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주장한 앤드루 양, 뉴욕시장 꿈 물거품되나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6. 1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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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지지율 1위→4위 추락
경제 회복되고 재정 적자 커지자 대규모 현금 복지정책 매력 없어져
대만계 이민 2세인 앤드루 양 '벤처포아메리카' CEO가 지난해 미 뉴욕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할 때의 모습. 직전에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제시했던 보편적 기본소득을 뉴욕시에서 구현하겠다고 했으며, 최초의 아시아계 뉴욕시장 탄생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AP 연합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지켜온 앤드루 양(45)이 오는 22일(현지 시각)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3~4위권으로 밀려나면서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본선으로 여겨진다. 뉴욕시장 선거 본선은 11월 실시된다.

미 뉴욕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앤드루 양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2일 경선을 실시한다. /AFP 연합뉴스

대만계 이민 2세인 양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비영리 사회적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그는 당시 18세 이상 전 국민에게 월 1000달러(약 110만원)를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첨단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서 도태된 저임금·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것으로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으로도 명명했다. 재원은 고소득층 증세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이런 양의 구상을 담은 저서 ‘보통 사람들의 전쟁’은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됐고, 각국의 기본 소득 옹호론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앤드루 양 미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 후보가 지난 10일 CBS 방송에서 열리는 후보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입장하는 모습.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 없는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은 22일 열린다. /EPA 연합

양은 대선 경선 과정 때의 공약을 그대로 뉴욕시장 선거에 반영했다. 다만 빈곤층 50만명에게 연 2000달러(220만원)를 주는 것으로 축소했다. 자신이 관여하는 자선단체를 통해 뉴욕에서 가장 실업률이 높은 브롱스 지역 극빈층 1000명에게 1000달러를 일회성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미국에선 알래스카주가 1980년대부터 석유를 판 돈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 사례가 있지만, 대표 도시 뉴욕이 그 실험장이 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0여 명이 출마한 이번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서 양은 지난 4월까지도 20~30%대 지지율로 1위였다. 그런데 경선을 한 달 앞둔 5월 말부터 지지율이 하락했다. 입소스 조사와 에머슨 조사에서 지지율 16%로 각각 2위·3위를 하더니, 14일 폴리티코 조사에선 13%로 4위까지 내려앉으며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뉴욕의 악화된 치안 복구를 공약한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자치구 의장과 캐트린 가르시아 전 뉴욕시 청소국장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의 선두 주자들. 왼쪽부터 마야 와일리 변호사,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자치구 의장, 앤드루 양 '벤처포아메리카' 창립자, 캐트린 가르시아 전 뉴욕시 청소국장. /AFP 연합

CNBC와 뉴요커 등 현지 매체들은 “기본소득 주장은 코로나 불황 때는 매력이 있었지만, 미 경제가 급속히 회복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방정부 차원의 코로나 지원금이 많이 풀린 데다, 구인난과 물가 상승, 재정 적자가 문제가 되면서 대규모 현금 복지에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양은 지난해 뉴욕이 코로나에 큰 피해를 입었을 당시 뉴욕시를 떠나 가족과 교외에 거주한 일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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