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그런 부탁은 들어드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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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할 만한 것 찾기 어려워
경제정책 비판 곳곳서 쏟아지는데
대통령은 “잘한다”며 칭찬 일색
얼마 전 이런 부탁을 받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칭찬을 한 번만 해달라”고 했다. 기업으로 옮긴 전직 경제 관료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과장들이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한다”면서 말을 꺼냈다. 부총리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데도 대통령이 못 들은 체하고, 자리 보전을 시켜주고 있으니 거꾸로 “잘했다. 잘한다” 칭찬하면 교체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중에서도 조선일보가 잘한다고 하면 제일 효과가 클 것 같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라고 했는데, 농담과 진담 사이쯤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다”고 거절했다. 이유는 하나다. 부총리 홍남기씨에 대해 칭찬할 구석을 찾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다.
그 홍 부총리가 기획재정부장관 최장기 재임 기록을 오늘도 하루 더 늘렸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지만, 지난 3월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 기획재정부 1, 2차관이 모두 바뀌었는데 끄떡없었다. 지난 4월 개각을 앞두고도 교체설이 무성했지만, 자리를 지켰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비준을 받을 때까지 총리 대행이 필요해서 그렇다는 말이 돌았다. 그 뒤에는 바꾸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또 빗나갔다. 경제 부처 내부에서도 홍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다는데, 대통령 눈에는 홍 부총리가 일 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대통령은 부총리를 자주 칭찬한다. 칭찬할 구석을 찾아내는 것이 놀랍다. 며칠 전에도 “국민들이 경제 당국에 ‘파이팅!’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날 아침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는 코로나 방역 상황 속에서도 뚜렷한 개선세의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과 모든 경제 주체가 힘 모아 자신감을 갖고 뛰어갔으면 한다”고 칭찬받을 만한 글을 올렸다. 대통령은 작년 8월 2021년도 예산안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작년 10월에는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를 받은 뒤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지난 2월에는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경제 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 경제 체제를 가동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했다.
대통령과 부총리의 큰 자랑거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계 부채는 사상 최대, 나랏빚은 역대 최고다. 1초에 305만원씩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영업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 35%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가장 높다. 수도권 집값은 평균적인 가구의 연간 소득을 10배 이상 넘어선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숫자가 156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알바 천국’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최악, 최대라는 단어가 줄줄이 붙는 신기록 행진이 이어진다. 널리 알려진 별명은 ‘동네 바보형’이지만, ‘신기록 제조기’도 어울릴 듯싶다.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가하고,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들러 귀국하는 대통령이 이번 주말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 부처 개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경제 부처에서는 “임기가 1년도 안 남았으니 더 늦어지면 교체는 의미가 없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교체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다. 홍남기씨는 오는 9월 5일까지 자리를 지키면 기획재정부장관 1000일이라는 대기록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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