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에 짐싸는 대부업계.. 저신용자 대출 어쩌나
다음 달 7일부터 시행되는 최고금리 인하(연 24%→20%)를 앞두고 중·저신용자 대출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잇따라 이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관련 금융협회 등과 ‘최고금리 인하 시행상황반’을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김태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제2금융권, 대부업을 이용하는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이 기회를 틈타 영업을 확대하려는 불법 사금융업자들도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대부업체 잇따라 철수
대형 대부업체들은 최고 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식으로 하나둘씩 사업을 접고 있다. 2018년까지 대출 잔액 기준 대부업계 1위였던 일본계 대부업체 산와머니는 2019년 3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업무 정도만 하고 있다. 이 업체는 대출 회수가 마무리되면 대부업을 그만둘 것으로 알려졌다. 5위권이었던 조이크레디트대부도 작년 1월부터 신규 대출을 받지 않고 있다. 대출채권도 줄고 신용 등급도 계속 강등되고 있는 업계 3위인 리드코프는 저축은행 인수로 제2금융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작년 말 기준 대출자 수와 신규 대출은 각각 72만명, 1조308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지기 직전 해였던 2017년(153만명, 3조6065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대부업계에선 최고금리가 연 22%는 돼야 손해 보지 않고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최고금리가 20%로 더 낮아지게 되자 대부업체들이 손을 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돈 빌릴 곳 없어진 저신용자
문제는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단계인 대부업체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이 대출받을 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247만명이었던 대부업체 이용자 수는 작년 6월 158만명으로 급감했다. 대부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신용대출을 줄이는 대신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담보대출 비중을 늘려왔다는 점도 저신용자들에겐 악재다. 2016년 말 대부업계 신용대출은 12조2000억원, 담보대출은 2조4000억원이었는데, 작년 6월 말엔 신용대출은 7조80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고, 담보대출 7조2000억원으로 3배나 늘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자체가 저신용자들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줘 이익을 내는 구조인데, 금리 인하로 인해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주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담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신용이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과 금융업계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저신용자들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에선 하반기에 ‘햇살론 뱅크’가 출시된다. 햇살론17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쓰면서 신용점수가 개선된 저소득자들에게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카드사는 신용점수 680점 미만 저신용자들에게 최대 이용한도 200만원 이내인 ‘햇살론 카드’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 금리가 20%로 낮아질 경우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날 취약 계층은 최소 3만9000명(금융위 추산)부터 최대 50만명(최철 숙명여대 교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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