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한국가서 격리면제 받나" 美영사관 전화통 불났다
"면제 신청 몰리면 어찌 처리" 걱정
가족방문에 형제자매 불포함 등 "정부 불명확한 지침에 혼란" 지적도
○ 해외 공관에 문의 폭주
정부가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7월 1일부터는 직계가족 방문 등 목적의 입국 시 격리 기간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13일 발표한 이후 미국 현지 공관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재외공관 심사를 거쳐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정부 발표 하루 뒤부터 미국 내 주요 영사관에는 교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뉴욕총영사관 관계자는 “이틀 동안 온 전화가 1000통이 넘는다”며 “세부 지침이 아직 한국에서 오지 않았지만 일단은 이메일이나 온라인으로 격리 면제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욕총영사관 측은 7월 1일부터 몰려들 격리 면제 신청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하루에만 5000통에 가까운 문의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한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도 부총영사를 팀장으로 한 긴급 TF를 구성했다. LA총영사관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격리 면제 신청이 시작되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민원이 들어올 텐데 물리적으로 처리가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관내에 재외동포가 67만 명인데 이 중 1%만 잡아도 신청자가 6700명이나 된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은 공지문을 통해 “신청이 폭주하면 물리적으로 발급이 어렵다”며 아예 “한국에 천천히 가는 게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확정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면제 신청을 위한 제출 서류 등도 본부에 질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 없이 대강의 내용만 발표하면서 현장에서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내 공관의 한 당국자도 “한국에서 상세한 지침이 안 온 상황에서 문의 전화만 많으니 우리도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발표된 지침 내용에 대해서도 미국 현지에서는 논란이 많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부모와 함께 입국하는 6세 미만 아동에 대해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지만 6세 이상 18세 미만 미접종자는 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12세 미만은 보건당국 승인이 나지 않아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초등학생 아이들만 미국에 두고 한국에 가기는 어렵다”며 “아이들 방학 때에도 한국에 오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격리 면제 대상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은 “격리 면제를 위한 가족 방문에 형제자매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미주 한인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미흡한 정책”이라며 “백신 접종을 마친 후 입국해 격리 중인 한인들도 지금 접종 기록을 제시하면 7월 1일 전에라도 즉시 격리를 면제해 달라”고 주장했다.
○ 단기 체류자도 신청 가능
해외 체류자가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입국할 때 격리를 면제받으려면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2주가 지나야 한다. 해당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 승인한 7종이다. 두 번째는 국내에서 만날 대상이다. 배우자나,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방문이 목적이어야 한다. 형제나 자매를 만나는 목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즉 배우자와 부모 자녀 중 적어도 한 명이 국내에 있어야 격리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단순히 한국 관광을 이유로 방문할 때에도 당연히 면제받을 수 없다.
다만 해외 체류 기간에 따른 제한은 없다. 개인 사유로 해외에 짧게 머무른 상황이더라도 위의 조건만 충족한다면 격리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당초 방역당국은 해외 장기 체류자에게만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장기 체류자와 단기 체류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조건을 제외하기로 했다. 국적 제한도 없다. 외국인도 조건이 맞으면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단, 국내에 90일 이상 머물러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가족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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