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전환사채로 2조 '잭팟' 터뜨린 産銀 마냥 웃을 순 없다는데

윤진호 기자 2021. 6.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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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1년 전 4000원대였던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주가가 16일 4만5050원까지 올랐습니다. 주가가 1년 만에 10배 이상이 되자 HMM 최대 주주이자 구조 조정을 담당하는 KDB산업은행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11.94%를 들고 있습니다. HMM 시가총액이 15조원을 넘으니 산은의 지분가치도 1조9000억원에 육박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산은은 이달 30일 만기가 되는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를 들고 있습니다. 6000만주를 주당 5000원에 살 수 있죠. 6000만주를 시세로 계산하면 2조7000억원가량 됩니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등 자력으로 살아남기 힘든 벼랑 끝 기업들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기만 했던 산은 입장에선 그야말로 오랜만에 2조3000억원가량의 ‘잭팟’을 터뜨릴 기회가 생긴 것이죠.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4일 “국민 세금으로 돈 벌 기회가 있는데 그걸 안 할 수도 없고, 포기하면 배임이기 때문에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식으로 전환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산은의 지분율은 24.99%로 늘어납니다. 시가로 3조9000억원가량 됩니다.

그런데 산은이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순 없습니다. 보유 지분 가치가 올라갔을 뿐 그동안 HMM에 투입했던 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HMM은 2016년 10월 산은 관리 체제에 들어간 후 산은이 투입한 돈만 3조원이 넘습니다. 또 HMM은 2016~2019년 동안에 2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죠. 작년엔 흑자 전환에 성공하긴 했어도 그동안 투입한 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결국 산은이 HMM을 매각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산은이 들고 있는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산다고 해도 최소 3조7000억원가량이 필요합니다. 또 해운업은 글로벌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면 쉽게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HMM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해운사라는 점도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 기업에 팔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동걸 회장도 이런 난제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HMM) 매각 여부는 시장 상황과 회사 상황을 고려해 정책적 판단을 하고, 유관 기관 협의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쪼록 산은이 해운업계와 정치권,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HMM 구조조정'이라는 고차방정식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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