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좌파 대통령이 키운 佛 원전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프랑스에는 기회였다. 미국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취소하자 미국 원자로 제작사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1981년 1월 미 국무부 승인 아래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를 만드는 원천 기술을 프랑스 원자로 제작사 프라마톰에 넘겨줬다. 이전까지 프라마톰은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빌려 쓰던 처지였다. 미국 정부는 프랑스가 넘겨받은 기술로 제약 없이 원자로 수출을 할 수 있도록 길도 터줬다.
이 절호의 찬스를 프랑스가 살리느냐, 마느냐는 그로부터 넉 달 후 대선에서 승리한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쥐고 있었다. 전후(戰後) 첫 좌파 대통령인 미테랑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해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원전만큼은 달랐다. 미테랑은 정적(政敵)이었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이끈 우파 정부가 닦아 놓은 길을 그대로 계승했다.
현재 56기에 이르는 프랑스 원자로 중 40기가 미테랑이 집권한 14년 사이 가동을 시작했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원전의 전기 생산량이 2.7배 늘었다. 오늘날 프랑스는 전력의 71%를 원전에서 만들어 내고, 원전 관련 일자리 22만개를 거느리고 있다. 유럽 최대 원전 대국의 기틀을 좌파 정부가 마련한 것이다.
프랑스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여겼다. 1956년 2차 중동전쟁으로 수에즈 운하 운영권을 빼앗기자 원유 수송이 막혀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프라마톰을 1958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1970년대 오일 쇼크는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계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탈원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에 우호적인 프랑스인이 근년에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3월 여론조사기관 오독사 조사에서 원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로서 반대한다는 응답(41%)보다 많았다. 2018년 같은 조사에서 원전 찬성이 47%, 반대가 53%였던 것과 제법 달라졌다. 원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미래형 기술 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완전한 탈원전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 비중을 천천히 줄이되, 제1 에너지원으로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42년 전 스리마일 원전 사고를 기회로 삼았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지금까지 성적표를 보면 환경과 효율성 모두 프랑스의 압승이다. 1인당 탄소 배출량이 프랑스는 독일의 67%에 그친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했을 때 프랑스인은 독일인이 내는 전기 요금의 65%만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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