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87] 뉴올리언스의 창의적 거리 공연
거리 공연의 풍경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보통은 도심의 광장 같은 데서 열리는 노래나 악기 연주의 ‘버스킹(busking)’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악 이외에도 춤, 마임, 코미디, 마술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거리 공연의 역사는 연극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문자가 발달하기 전에는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날씨가 좋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점도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다. 거리 공연은 시작과 끝의 구분이나 무대의 열린 곳과 닫힌 곳의 경계가 애매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아무 때나 발걸음을 멈추어 관람하고, 원할 때 편하게 자리를 뜰 수 있다. 무대가 야외다 보니 날씨와 소음에 영향을 받고, 약간의 혼돈과 무질서가 존재하지만 이는 충분히 양해가 된다.
거리에서 행해지는 공연으로 유명한 도시들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나 더블린의 음악 연주, ‘국제 페스티벌’로 유명한 에든버러의 연기 퍼포먼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 역시 그렇다. 프랑스와 스페인 식민지 역사에서 시작한 ‘케이준(Cajun)’ 음식과 재즈의 발상지로 워낙 방문객이 많은 데다,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 덕분에 노천 문화가 일찌감치 발달했다. 그러면서 온갖 창의성이 돋보이는 거리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자가 유명 SF 영화의 자동차 변신 로봇 캐릭터 옷을 입고 차처럼 굴러가다가 순식간에 로봇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목재를 들고 사다리를 타면서 집 짓는 흉내를 내는 건축적 마임 등은 몇 가지 재미있는 예다. 시(詩)를 지어 빈티지 타이프라이터로 인쇄해 주는 문학가도 장르의 다양성을 넓힌다. 원하는 주제를 건네주고 30분 후쯤 다시 찾아오면 시가 완성되어 있다. 값은 만족한 만큼 지불하면 된다. 거리 공연은 말 그대로 ‘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배경이 예뻐야 유리하다. 그런 의미에서 뉴올리언스와 같은 도시는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발코니가 달린 유럽식 건물이 연속된 길거리가 최적의 무대로 변모하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중단되었던 공연이 돌아오고 있다. 오랜 시간 쉬었던 연기자들도 더 기발한 창의성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거리가 극장이 되는 건 아주 근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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