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공평한 휴식 보장은 최저임금 인상만큼 중요하다

김병헌 2021. 6.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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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 6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대체 공휴일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면서 "오는 광복절부터 즉시 시행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이새롬기자

민주당 대체 휴일 전면 추진...중소기업계에선 '우려' 목소리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한 주일을 7일로 나눈 최초의 기록은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천지만물을 6일 동안 창조하시고 7일째 되는 날 안식했다는 데서 7일 제도가 유래됐다. BC 7세기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사람들이 매월 7, 14, 21, 28일에 쉬는 주 7일 제도를 시행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현재와 같은 요일은 AD 321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정해졌다. 그는 시저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보완해 7일이 기본이 되는 주(週) 제도를 도입했다. 태양신의 날(Sunday)인 일요일 휴업령을 선포하면서 공휴일에 대한 틀이 갖춰진다.

‘토요일에 휴식을 취하는’ 현대적 주말의 도입은 19세기 유럽 공장주들의 ‘토요일 반일 근무’ 채택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이틀간 쉬는 주말의 토대가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완전히 쉬어야 결근을 줄이고 효율도 높여준다는 것을 확인한 고용주들에 의해 1930년대 들면서 나타난다.

주 휴일제(Weekly rest)는 세계 공통의 제도다. 많은 나라에서 주말 이틀을 쉬는 주휴일 2일제가 일반화되어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이 정책도 아직 햇살이 넓고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상당수는 주휴일제를 즐기다 못해 주말과 겹친 공휴일에 대한 대체 휴일제 도입까지 부추긴다.

그러자 여러모로 갈길 바쁜 민주당이 대체 휴일 법제화를 15일 발표했다. 지난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을 끝으로 올해 ‘평일 중 공휴일’은 없게 되면서 주말과 겹친 공휴일에 대해 대체공휴일을 따로 지정하자는 입법 요구가 컸다는 점을 노린 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사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민주당 발표 하루 뒤인 16일 대체공휴일법 관련 공청회를 열고 법안을 논의했다. 야권 역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여서 민주당의 전략적 타이밍은 적절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큰 이견 없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말에서 5춸초로 이어진 황금연휴 셋째날인 5월 2일 강원 동해안과 경북지역 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강원도 고성 송지호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핑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다./더팩트DB

올해 주 5일제 노동자가 쉬는 휴일 수는 총 113일이다. 2019년 117일, 2020년 115일에 비해 적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 6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대체 공휴일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면서 "오는 광복절부터 즉시 시행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추석과 설,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는 대체 공휴일을 다른 휴일에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주말과 겹치는 올 하반기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도 대체 공휴일제를 적용해 다른 날에 쉴 수 있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가 주요 7개국(G7)에 2년 연속으로 초대를 받을 만큼 선진국이 됐지만, 여전히 노동자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2번째로 길다"면서 "대체 공휴일 지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티브릿지코퍼레이션에 의뢰, 1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대체공휴일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2.5%가 대체 공휴일 확대에 찬성했다.

직업별로 생산·기술·서비스직(84.8%), 사무·관리·전문직(83.9%), 학생(79.5%)에서 찬성률이 높았던 반면, 자영업(49.8%), 전업주부(63.3%)에선 평균을 밑돌아 여운을 남긴다.

‘대체공휴일 도입이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내수활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성 69.6%, 반대 25.7%로 나타났지만 자영업(찬성50.6%, 반대46.0%)과 전업주부(찬성61.6% 반대33.0%)에서는 다른 직업보다 반대 비율이 크게 높았다.

여당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 쓰듯 법안은 통과시킬 테니 중소기업, 자영업자, 전업주부 등 적지않은 울타리 밖의 사람들은 답을 각기 알아서 찾으라는 것처럼 들린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나 충격에 대비가 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라고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 5000여만 명 가운데 먼 나라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들도 소수지만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불공정과 빈익빈 부익부의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앞줄 오른쪽)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KBIZ홀로 들어서고 있다. 앞줄 왼쪽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중소기업들은 민주당의 대체휴일제 전면도입에 반대하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더팩트DB

정규직이든 비정규직 또는 아르바이트직이든, 공무원이든 아니든 정책의 과실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려면 시행 이전에 그 잔치에 초대받지 못 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세심한 검토, 꼼꼼한 보완 설계가 필요하다.

공무원,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고 그 울타리 밖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면? 자칫 위화감만 커진다. 시대적 화두인 공정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경영계가 민주당의 대체공휴일 전면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중소기업의 우려 목소리가 크다. 대체공휴일 확대가 확정될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확대 적용과 맞물려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란 주장이다

고용보장에 연금과 더불어 언제나 새 제도의 ‘선물’을 1순위로 수령하는 이 나라 공무원이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은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답할 책임이 있다. 국민 과반이상이 반기는 ‘선물’이지만 그늘에서 상대적 빈곤과 좌절을 되새기는 ‘많은 소수’를 어떤 방식으로든 배려하는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휴식은 풍요한 삶의 바탕이 된다. 공평한 휴식의 보장은 최저임금 인상만큼 중요하다. 경제유발 효과를 떠나 국민의 휴식권 보장은 좋은 취지다. 선사시대에도 함께 사냥하고 채집을 했으며 쉴 때도 같이 쉬었다.

21세기도 초반을 지난 지금, G7 진입을 얘기하는 선진국에서 휴식의 기회도 공생과 연대의 차원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8월부터 평균 매달 생기게 될 황금연휴가 계층간이나 직업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또 다른 불공정의 출발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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