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세계 첫 열쌍둥이 미스터리', 정작 남편도 "아이들 못 봤다"

이기우 기자 2021. 6. 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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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한 여성이 세계 최초로 열 쌍둥이를 낳았다는 외신 보도의 진위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아이들의 사진이나 병원 진료 기록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내의 열 쌍둥이 임신 소식을 처음으로 현지 언론에 제보한 산모의 남편조차 이제 “아내의 출산 소식을 믿지 않는다”며 기부금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모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때가 되면 밝히겠다”며 남편을 반박했다.

남아공에서 열 쌍둥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진 고시아메 타마라 시톨레(왼쪽)와 남편 테보호 초테치가 출산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 뉴스 에이전시(ANA)

남아공 언론 프레토리아 뉴스는 남아공 북동부 가우텡주 템비사 마을에 거주하는 고시아메 타마라 시톨레(37)가 지난 8일(현지 시각) 남자아이 7명과 여자아이 3명, 총 열 쌍둥이를 가우텡주 프레토리아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순산했다고 보도했다. 열 쌍둥이 출산은 세계 최초여서 기네스북 등재가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기네스북 측은 “열 쌍둥이 출산을 축하드리며 가족에게 축복이 깃들길 기원한다”면서도 “아직 우리는 공식적으로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또다른 언론 선데이타임즈가 “시톨레가 입원했다는 병원 측은 시톨레를 진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하면서 ‘열 쌍둥이 미스터리'가 확산했다.

시톨레의 남편 테보호 초테치는 당초 프레토리아 뉴스 인터뷰에서 시톨레가 출산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선데이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선데이타임즈는 “가우텡주 보건 당국이 시톨레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가우텡주 내 어떤 병원에서도 시톨레를 추적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시톨레가 옮겨간 것으로 지목된 병원 관계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톨레는 지금 병원에 없고,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12일 오후 시톨레가 병원에 나타나 자신이 열 쌍둥이의 엄마라고 했다”며 “당시 시톨레는 자신이 루이 파스퇴르 병원에서 쌍둥이 열 명을 낳았고, 아이들이 곧 이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루이 파스퇴르 병원은 시톨레가 남편에게 자신이 아이들을 출산했다고 밝힌 병원과는 다른 병원이다.

열 쌍둥이 출산의 진위를 놓고 의혹이 커지면서 이 사건은 남아공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정작 남편인 초테치 역시 아직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시톨레가 출산을 위해 집을 떠난 지난 7일 이후 아내와 아이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열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증거 역시 시톨레의 전화와 메신저 메시지 외에는 없다. 결국 초테치는 10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초테치는 12일엔 “시톨레와 아이들에 대한 후원을 중단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앞서 그는 한 단체로부터 7만 달러(약 7800만원)의 성금을 받았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받은 재정적 지원에 감사하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우리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것을 중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테치는 15일엔 아내의 열 쌍둥이 출산 소식을 이제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아공 언론 뉴스24에 따르면 초테치는 이날 가족을 만나 상황을 논의했고, 열 쌍둥이가 태어난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초테치는 “국민들이 느꼈을 불편함과 당혹감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초테치 가족 입장이 발표되자 이번에는 시톨레가 침묵을 깼다. 시톨레는 이날 최초로 열 쌍둥이 출산 소식을 보도한 프레토리아 뉴스 인터뷰에서 “초테치와 다른 가족이 저를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다”며 “그들은 기부를 통해 부자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열 쌍둥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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