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지사 '측근 챙기기' 도 넘었다
[경향신문]
경북도 산하기관장 대부분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전문성이 없는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하기관 28곳 중 해당 기관 전문가가 기관장으로 임명된 곳은 5곳뿐이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경북도 출자·출연기관 및 보조단체 28곳(1곳 공석) 중 15곳 기관장이 경북대에서 학사 또는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는 경북대 수학교육과 74학번으로 2019년 4월부터 이 대학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산하기관장 중 해외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등 전문 분야에 종사한 적이 있는 인물은 5명이다.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기관장을 맡은 이들 중에는 김성조·정종섭 전 의원도 있다, 이들은 각각 경북문화관광공사와 한국국학진흥원의 수장 자리에 올라 있다.
현재 경북도는 산하기관별로 인사 규정을 두고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임직원 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기관장을 뽑고 있다. 하지만 추천위에서 후보군을 2~3배수로 추린 후에 임명권자인 이 지사가 최종 낙점하는 방식을 따른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에 도움이 되는 인사들을 잇달아 기관장으로 임명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일 ‘사회소통실장’(2급) 직책을 신설해 최미화 전 여성정책개발원장을 앉혔다. 당시 경북도는 “여성의 권익 향상과 대내외 소통 및 협치 등을 위해 이 지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에 도청 안팎에서는 최 전 원장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매일신문 기자 출신인 만큼, 이 지사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선거 등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지사의 지지세가 비교적 약한 곳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기관장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내년 선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이 지사가 노골적으로 판을 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의회에서는 경북도가 산하기관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경북도의원은 지난 13일 지방공사와 공단을 뺀 경북 출자·출연기관 23곳의 출연금 및 위탁사업비가 2018년 1028억원에서 2021년 1972억원으로 10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지사가 취임 초기 산하기관 통폐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인구가 줄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능과 성격이 비슷한 기관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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