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신기록 예고한 크래프톤.. 中텐센트도 3조 쥔다

오로라 기자 2021. 6. 16. 20: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증권 신고서 제출.. 역대최대 5.6조 조달할 듯

2017년 출시한 총 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흥행 신화를 쓴 게임사 크래프톤이 16일 금융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증권가에선 기업 가치가 25조원에 육박하는 크래프톤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사상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기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단일 게임에 편중된 사업 구조와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발(發) 리스크가 상장 후 주가 상승을 막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크래프톤은 IPO 희망 공모가를 45만8000~55만7000원 사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구주를 합친 공모 주식 수는 1006만230주다.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금액이 최대 5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세운 역대 최다 조달 금액인 4조8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더구나 크래프톤은 여러 증권사에 공모주 청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중복 청약’ 제도가 금지되기 전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앞서 청약 증거금이 80조원 넘게 몰렸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뛰어넘는 청약 돌풍이 예상되는 이유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회사에 따르면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5030만4070주로, 가장 낮은 공모 희망가를 적용해도 시가 총액은 23조원을 넘어선다. 이는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도쿄증시·22조 8900억원)이나 20년 넘게 국내 게임 대장주 역할을 맡아온 엔씨소프트(18조6200억원)를 모두 뛰어넘는 수준이다.

◇예정된 돈 잔치…창업자만큼 돈 버는 텐센트

이번 상장으로 크래프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은 국내 16위의 부자에 오를 전망이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공모 후 장 의장은 회사 주식 702만7965주(13.97%)를 보유하게 된다. 희망 공모 최저가로 봐도 재산 가치가 적어도 3조2188억원을 넘게 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은 국내 16위에 해당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보다도 2단계 위다. (16일 포천 기준)

장 의장 다음으로 거금을 벌어들이는 곳은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다. 지난 2018년부터 크래프톤에 대한 지분 비율을 늘려왔으며, 공모 후 회사 지분 13.2%를 쥐게 된다. 장 의장과의 지분 격차는 불과 0.77%로, 텐센트 역시 적어도 3조원을 벌게 된 것이다.

다만 텐센트의 지배력은 상장 후 크래프톤의 주가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할 요소라는 평도 나온다. 16일 크래프톤은 공시를 통해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화평정영’에 대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중국 시장에서 돌연 퇴출되고, 텐센트의 유사 게임인 화평정영이 시장을 모두 흡수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크래프톤은 지금까지 두 게임이 전혀 다른 게임이며, 어떤 금전 거래도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공시에서 이를 번복한 것이다. 게임 업계에선 “크래프톤이 중국 시장을 텐센트에 넘겨준 게 증명된 셈”이라는 말이 나온다.

◇단일 게임 의존 높은 크래프톤, 넘어야 할 산 많아

게임 업계에선 크래프톤이 과도하게 배틀그라운드 단일 게임의 매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도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산하에 22개의 종속 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펍지 외에는 대부분이 적자 상태다. 지난해에는 ‘테라M’을 개발했던 스튜디오 ‘스콜’이 파산하기도 했다. 단일 게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말 출시한 PC게임 ‘엘리온’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인 배틀그라운드의 수익은 하락하는 추세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스팀(글로벌 게임 유통 사이트)에서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에 접속하는 월간 최대 동시 접속 인원은 지난 2018년 1월 32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해 올 1월에는 46만4800만명으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수입이 회사 실적을 받치고 있지만, 이 게임은 개발 단계부터 텐센트와 함께 진행돼 한국·일본·인도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권이 텐센트에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배틀그라운드를 뛰어넘는 신작을 내느냐가 향후 주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