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인 구조조정 가속화

정원식 기자 2021. 6. 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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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지난달 가상통화 시장을 관리 방침을 밝힌 후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코인을 잇따라 상장폐지하고 있다. 오는 9월말 가상통화 거래소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실 코인, 이른바 ‘잡코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상장폐지 이유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빗은 지난 15일 오후 10시2분 홈페이지에 ‘가상자산 거래 지원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렉스, 이오, 판테온, 유피 등 코인 8종에 대한 거래 지원 종료(상장폐지)와 28종에 대한 유의종목 지정 사실을 알렸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8종은 오는 23일부터 거래 지원이 중단되고,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28종도 오는 23일 최종심사를 거쳐 대부분 상장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코인빗은 “내부 거래 지원 심사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코인빗에 상장된 코인 70종 가운데 절반이 한꺼번에 ‘부실’ 판정을 받고 정리되는 셈이다.

부실 코인 심사 및 상장폐지는 거래소의 일상적 행위다. 그러나 이를 심야에 기습적으로 공지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는 9월 가상통화 거래소 신고를 앞두고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고객 실명확인 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오는 9월24일까지 당국에 신고를 마쳐야만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신고서를 접수할 때 보유 코인 목록과 상장기준 등을 내야 하는데 문제가 될 만한 코인을 미리 정리하는 것”이라면서 “등락이 심한 코인을 중심으로 거래소들이 몸집 줄이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잡코인’이 많을수록 은행으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부실 코인을 솎아내려는 움직임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가상통화 시장 관리 방안을 발표한 이후 늘어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 20곳 가운데 5월말 이후 9곳이 상장폐지 관련 공지를 했다. 빗썸은 지난달 28일 코인 1종 상장폐지하고, 2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프로비트는 지난 1일 무려 145종의 코인을 퇴출했다. 지난 11일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가상통화 거래소인 업비트가 마로, 페이코인, 옵저버 등 코인 5종의 원화거래를 중단하고 25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가상통화 거래소의 ‘잡코인 구조조정’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거래소에 상장폐지 및 유의종목 지정 코인 목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고, 금융위는 지난 15일부터 주요 거래소에 대한 현장 컨설팅을 시작했다.

부실 코인을 정리하는 것은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정부가 분명한 기준을 주지 않아 거래소들이 자체 기준으로 무리해서 코인을 정리하면서 아무런 피해보상 대책도 없이 투자자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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