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 평전 - 조너선 펜비 [이규탁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흔히 일본을 가리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대만 역시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자, 2차 세계대전 종전 전까지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1980년대 중후반까지 계엄령을 비롯한 독재 정권의 통제하에 있었다는 점에서 정서적·문화적으로도 가까운 나라다. 특히 한국-북한의 관계와 대만-중국의 관계가 등치되면서 과거 대만은 한국에서 ‘자유중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가까운 우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2년 중국과의 수교 및 대만과의 단교로 이어지는 국제 정세의 피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한국 내 대만의 존재감은 많이 약해졌다. 보통 ‘양안관계’로 불리는 중국과 대만의 복잡 미묘한 정치적·외교적 관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고, 이로 인해 종종 오해와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만의 건국자이자 현대 중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장제스에 대한 이야기인 <장제스 평전>은, 장제스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며 ‘국부천대’, 즉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이동한 1949년 12월까지의 내용만을 다루고 있지만 현재 대만과 중국의 관계 및 대만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신해혁명과 청 왕조의 붕괴 이후 군벌들의 난립과 열강의 침입으로 혼란스러웠던 중국을 통일된 나라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던 걸출한 “생존전문가”였지만, 동시에 “자신의 제한된 지평선을 파악하는 안목이 없었던 탓에” 대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장제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정치·사회 현실이 과거 장제스가 만들고자 했던 중국의 청사진과 비슷하다는 지적은 자못 흥미롭다. 결국 우리가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틀이자 방법임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문화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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