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칼럼] 판사가 한일관계 걱정하는 나라, 대통령은 어딨나

2021. 6. 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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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3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1심 법원이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부정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법혼란은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문재인 정부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외국과의 조약을 뒤집는 초법적 판결을 한 김명수 사법부에 그 책임이 있다. 서울지방법원은 국가뿐 아니라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1965년 한일 양국 정부가 체결한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협정대상이 아니라고 본 2018년 김명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당시의 재판부의 소수 의견을 따른 것이다.

각하의 사유에는 한일관계의 악화에 대한 우려도 들어있다. 당연히 현 정권을 지지하는 좌파들은 이 판결을 한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청원을 넣고 야단이다. 문제의 출발은 문재인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갈등의 본질은 일본기업 또는 일본정부와 우리 피해국민 개인의 문제로 정부가 간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가 이 사태를 방기한 데 있다. 대통령이 국가의 원수로서 수행하는 다른 나라와의 중요한 외교문제에 대해 직무유기를 해 온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일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가 대신하는 이상한 나라가 돼 버렸다.

한일관계는 지금 최악의 상태에 있다. 독도문제, 과거사문제 등 과거의 양국 간 현안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부 들어와서 박근혜 정부 말기에 어렵게 성사시킨 위안부합의 일방적 파기, 한국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책임인정 판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문제의 제기, 양국 간 상호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조치, 한국법원에 의한 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 책임인정 판결 등 끝없이 양국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면서 기존의 양국 국교정상화의 기반이 된 각종 조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조치들이 주로 우리측 문재인 정부와 현 사법부에 의해 행해짐으로써 양국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로 악화돼 있다. 국민의 얄팍한 대일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행태가 초래한 결과다.

한일관계는 빨리 복원돼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일 양국은 빠른 시간 안에 단일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단일 경제권이 돼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우선 동아시아에서 거대세력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등장을 현실적으로도 수용하면서도 이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의 바람직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의 개선이 급선무다. 또 미국은 대 북한정책에 있어서도 무엇보다도 한일 관계 정상화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궁극적으로 한미일 동맹체제로의 이행만이 한국이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완전한 방어체제에 들어올 수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동아시아의 경제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단일 경제권이 형성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더하여 기존의 양국 간 수직적, 산업간 협력과 경쟁의 관계를 '수평적, 산업 내 협력의 틀'로 바꾸어 간다면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뉴 노멀'이라는 이름의 저성장에 익숙해 있는 한일 양국 경제가 공히 획기적으로 구조개혁을 이루고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 양국 모두 윈윈하는 경제를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약 1500년의 한일관계사에 있어서 양국이 갈등관계에 있었던 기간은 의외로 짧고 대부분은 호혜와 협력의 기간이었고 갈등의 기간 중에는 한국은 물론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지만 일본도 결국 불행했다는 것이 저명한 문화사학자 유홍준씨의 분석이다. 한일관계를 이렇게 악화된 상태로 끌고 가면 두 나라 모두 불행해지고 우리나라가 더욱 큰 손해를 입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지도력과 지식인 사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지도자들과 온 국민은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양심적이고 편견 없는 답변을 구해 봐야 할 것이다.

첫째, 구한말 우리 조선이 잘 했더라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을까? 둘째, 일본에게 합방당하지 않았더라면 구 대한제국이 스스로 자각과 개혁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해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졌을까? 셋째, 역사가 거꾸로 되어 우리나라가 일본을 식민지로 삼아 다스렸다면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한 것 보다 훨씬 인도적이고 문화국민답게 일본을 다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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