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아마존 킬러' 교수, 미 독과점 규제기관 수장에.."대기업 무법천지 끝날 듯" [시스루피플]

이윤정 기자 2021. 6. 16. 17: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시스루 피플]은 ‘See the world Through People’의 줄임말로, 인물을 통해 국제뉴스를 전하는 경향신문의 새 코너명입니다.

‘새로운 독과점 사상의 지도자’로 불리는 32살 미 컬럼비아대 교수 리나 칸(사진)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의장에 오른다.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미국 최고기관인 FTC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남아시아계 수장이다. 그는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를 비판해온 학자다.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칸이 빅테크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FTC 의장에 칸 교수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FTC 위원으로 지명돼 이날 상원에서 의원 69명 찬성으로 인준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의장 지명 발표가 나온 것이다. 최연소 FTC 위원 기록을 가진 그는 곧바로 최연소 의장 타이틀까지 추가했다. 상원에서 반대표가 28표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칸은 상원 인준 이후 트위터를 통해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관행으로부터 소비자, 노동자, 정직한 기업들을 보호하도록 FTC 임무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진보진영은 환호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칸 FTC 의장 지명은 진보세력의 큰 승리”라고 표현했다.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 행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칸이 FTC를 이끌면 독점 규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미국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엄청난 뉴스”라고 환영했다. 그는 “칸 의장이 FTC 지휘봉을 잡으면 우리 경제와 사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독과점과 싸워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칸은 11살 때 파키스탄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온 이민자다. 2010년 윌리엄스 대학을 졸업한 뒤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파운데이션에서 일하면서 독점금지법 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을 쓰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칸은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현재의 법이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관행을 멈추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저가격 경쟁을 부추기면서 동시에 자체 상품도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이 온라인 시장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칸의 논문으로 진보진영에서는 빅테크 기업 규제를 넘어 소비자 복지 강화, 소득 불평등 해소,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힙스터 독점 금지’ 운동까지 일고 있다. 칸은 지난해 컬럼비아대 교수로 임용됐다.

뉴욕타임스는 칸이 주목받는 것을 즐기지 않는 스타일이라면서 최근 16개월간 하원 법사위의 선임 보좌관으로 물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고 전했다. 칸은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알파벳 등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하원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칸 의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정보기술혁신재단의 아우렐리엔 포르투에스는 칸의 시각을 “독점금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테크 경쟁이 심화된 시기에 자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는 것은 외국 경쟁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소비자들에게 더 비싼 상품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칸 임명으로 바이든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독점행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반독점 문제를 강하게 지적해 온 팀 우 콜롬비아대 법대 교수를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기술·경쟁정책담당 대통령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반독점 ‘강경 노선’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자유프로젝트 대표 사라 밀러는 “칸에 대한 초당파적인 지지는 빅테크의 고삐를 죄고자 하는 의회의 열망을 보여준다”면서 “노동자와 중소기업, 민주주의를 희생하면서 대기업들이 누려온 무법천지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