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의힘, 호남 西進 성공하려면 '천하람 모델' 확산시키자

양범수 기자 2021. 6.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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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범수 기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기조는 새 지도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첫 공개 일정으로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아침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광주 학동4구역 철거 현장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출범하면서 비례대표 공천 호남 비율 의무화, 호남 동행의원단 구성 등 ‘서진(西進) 정책’을 폈다. 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의 잘못을 넘어 호남의 미래세대와 지역경제, 일자리 등을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호남지역 국회의원 0석, 지방자치단체장 0명이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전체 국민의힘 당원 중 호남 지역당원은 0.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과 직접 만나며 중앙당과 소통창구가 되는 당협위원장도 호남 전체 지역구 28곳 가운데 12곳이 공석이다. 선거인명부작성을 기준으로 16곳의 지역구 유권자 약 192만명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할 당의 조직이 없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세가 약한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도 모두 지역위원장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이 당협위원장 공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남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도 없느니만 못한 사람을 지역구에서 당의 얼굴인 당협위원장에 앉혀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한다. 시도당은 기본적으로 지역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되기에 당원 수가 적은 호남 지역은 인재 발굴을 위한 어떠한 사업도 벌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한 천하람 변호사는 선거 이후에도 꾸준히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 출신 30대 청년인 천 변호사는 총선에서 득표율 3.0%에 그쳤지만, 가족과 지역구인 순천으로 이사를 했다.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선거관리위원을 맡을 정도로 중앙당에서도 촉망받는 인재인 천 변호사는 서울에 원룸 숙소를 얻어놓고, 일주일에 몇 번이나 상·하경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년 넘게 지역구 표밭을 갈고 있는 천 변호사는 다음 총선에서 30%대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지역으로의 서진 노력을 약속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천하람 모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준석 돌풍이 호남에서는 천하람을 통해 또 다른 30대 돌풍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또 다른 천하람이 호남 지역에서 그들이 지향하는 보수 정치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호남 지역 기반이 취약해 좋은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면 타 지역의 좋은 인재가 국민의힘 서진을 통해 정치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중앙당에서 주목하는 유능한 젊은 인재를 호남 지역 정치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중앙당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하람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비판받아 마땅한 것은 맞으나 너무 급하게 채우려 하기보다는 진정성 있게 정치 활동을 할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게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호남 지역에서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유의미한 당비가 없기에 사비를 들여가며 활동하고 있다”며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이 늘어난다면 호남 지역에서 우리 당의 인재를 키우는 데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협위원장으로 해야 하는 활동에는 당원과의 간담회, 지역구에 내거는 현수막 등 비용이 들어가는 일들이 많다. 자생적으로 인재가 나오기 어렵고 당선 가능성이 낮아 당내 인재들이 호남 지역에서 활동하기를 꺼려한다면 중앙당이 나서 이런 부분에서라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디테일한 관심이 이준석 대표가 일으킨 30대 돌풍을 한국 정치를 바꾸는 진짜 태풍으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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