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풍선 잃어버린 6살 웃게 만든 에버랜드 '판다 삼촌'의 깜짝 선물

박재영 2021. 6.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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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놓치고 우는 아이 달래서
동물원 관람 후 돌아왔더니
차 문에 풍선·판다 배지·쪽지
사연 접한 동물원 수소문 결과
아기판다'푸바오' 사육사 작품
"같은 또래 딸 생각나서.."
지난달 20일 여섯 살 외동딸의 생일을 맞은 30대 김종규 씨(가명)는 큰맘 먹고 에버랜드를 방문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휴가까지 냈다. 평소 풍선을 좋아하던 딸아이를 위해 숫자 '6'이 들어간 숫자 풍선도 선물로 준비했다.

그러나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김씨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생일날 아빠와 함께 에버랜드에 왔다는 기쁨에 들뜬 아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풍선을 놓치고 만 것이다. 김씨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선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간신히 아이를 달랜 뒤 에버랜드에서 동물들도 만나고 놀이기구도 타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김씨는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하나뿐인 딸을 위해 완벽한 하루를 선물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송영관 사육사의 편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돌아온 김씨 가족 앞에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늘 높이 날아간 풍선이 차 문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잃어버렸던 것과 비슷한 풍선과 함께 판다 배지, 작은 쪽지가 묶여 있었다. 쪽지는 한 에버랜드 직원이 손글씨로 남긴 편지였다. 김씨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했다면서 생일 풍선 같았는데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풍선과 함께 작은 선물을 남겨둔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타인에게 받은 호의에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며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걸 느꼈고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아이 생일은 가슴 따뜻한 감동을 준 직원 덕에 더더욱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 가족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에버랜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VOC)를 통해 이 사연을 전했다. 여러 날 수소문한 끝에 밝혀진 주인공은 지난해 7월 에버랜드에서 국내 최초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 삼촌으로 알려진 송영관 사육사(42·사진)였다. 최근 관련 유튜브 영상이 10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푸바오를 키워낸 주역이다.

송 사육사는 평소 성실함과 세심함을 인정받아 희귀동물인 판다가 2016년 도입될 당시부터 판다 사육팀에 합류했다. 그의 동료들은 사육사로서 평소 동물을 돌보며 쌓인 세심함과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몸에 배어 있어 이런 감동적인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송 사육사는 "출근하면서 사건 현장을 목격했는데, 여덟 살 딸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슬퍼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종일 신경이 쓰였다"며 "때마침 사무실에 푸바오 출생 300일 기념 풍선을 받은 것이 있어 퇴근길에 풍선과 판다 배지를 차에 걸어뒀을 뿐"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에버랜드 고객의 소리에는 한 달 평균 1000여 건, 연간 1만건이 넘는 고객 감사 사연이 접수되고 있다. 갑자기 아픈 외국인 아이를 위해 의무실 간호사가 병원 응급실까지 동행해 통역을 지원했던 사연, 가파른 경사길에서 걷기 힘든 어머니 휠체어를 대신 밀어주며 말벗을 해준 사연 등 고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달한 일화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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