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원자재 가격..또 다시 불붙는 인플레이션 논쟁
목재·구리 등 가격은 하향 안정..'한시적' 전망에 힘실려
연준 FOMC에 쏠린 눈.."테이퍼링·금리인상은 내년에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를 두고 논쟁이 또 다시 격화하고 있다. 시장에서조차 인플레이션 전망을 두고 투자심리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와 도매 물가가 10여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국제유가는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그동안 급등세를 보였던 목재, 옥수수, 구리 등 유가를 제외한 주요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구인난에 따른 임금 인상 압박, 부동산 및 임대료 상승 등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기준금리 인상 및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는 만큼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8% 상승한 7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선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셀타임스(FT)에 따르면 비톨,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골드만삭스 등이 이날 유가 100달러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탄소감축 등을 계기로 새로운 유전을 통한 공급은 줄어들고, 백신 접종에 따른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여서다. 녹색 에너지가 석유 수요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전까지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고(高)유가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는 이날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6.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에 해당한다.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거의 13년 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록한 데 이어 생산자 물가까지 치솟은 것이다.
특히 미국은 고용시장에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킨다.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 수요가 폭증하고 이를 위해 이직·사직까지 하는 직원이 크게 늘어났다. 기업들은 원하는 직원을 붙잡거나 찾으려고 속속 임금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미 주택가격이 지난 3월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물가를 끌어올릴 요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상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전망치를 2.4% 훌쩍 웃도는 수치다.
목재·구리 등 가격은 하향 안정…‘한시적’ 전망에 힘 실려
하지만 미 연준의 전망대로 인플레이션이 한시적일 수 있다는 징후도 포착된다. 유가를 제외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날 목재 선물 7월물 가격은 피트당 1009.9달러로 5월초 1711.2달러대비 41% 하락했다. 목재 가격은 지난해 미국인들이 집에 머물면서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 급등했다가 최근 공급난이 해소되며 다시 하락했다. 최근 16거래일 중 14일 하락세를 보이는 등 거품이 꺼지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옥수수 가격도 5월 고점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옥수수 7월물 가격은 부셸당 670센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7일 775센트로 고점을 찍은 후 15% 가량 급락한 것이다. 대두 가격 역시 5월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거의 모든 산업에서 소재로 쓰이는 구리도 톤당 1만 달러 밑에 머무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지, 일시적일지를 두고 투자 심리가 엇갈리고 있다.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지 여부에도 이목이 모아진다. 월가에서는 15일, 16일 이틀간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고공행진에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당장은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중 73%가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 보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장기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연준과 같은 시각을 공유한 셈이다. 조사는 지난 4∼10일 펀드매니저 등 224명의 시장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미 국채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0.5%대까지 하락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3월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로 1.7%대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선 1.4~1.5%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물 국채 금리도 이날 0.1610%에 거래되며 지난 4월초 0.1861% 고점에서 크게 하락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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