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캡슐커피 사고 문구점 대리결제, 의혹 아닌 사실이었다

문희철 2021. 6. 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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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내부고발자 의혹 제기 보도에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진상조사
"조직 문제 아닌 개인 일탈 행위" 결론
충청북도 진천음성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신청사. [사진 KISTEP]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거래명세서를 조작해 100만원대 캡슐 커피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의혹이 불거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다만 이 같은 행위에 대해 KISTEP 측은 조직적·상습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중앙일보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16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KISTEP 연구비 집행 진상조사 중간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캡슐 커피를 대리 구매했다”는 내부 고발자의 폭로는 사실이었다. 조사단이 사무용품비 집행 세부내역을 조사했더니 한 문구점에서 거래명세서 변경 사실을 적발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4일 KISTEP의 연구비 사용 관행을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KISTEP는 7일 이길우 KISTEP 부원장을 단장으로 ‘연구비 집행 관련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3명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공공노조)이 추천한 내부 관계자 1명을 조사단에 포함했다.


KISTEP 진상조사단, 내부 감사 결론

지난 4일 중앙일보 보도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사진 KISTEP 캡처]

조사 결과 캡슐 커피를 대리 구매했다는 의혹은 사실이었다. 조사단이 사무용품비를 지출한 7개 업체 45건의 사무용품비 집행 세부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문구점 드림디포에서 거래명세서 변경 사실을 적발했다.

KISTEP 직원은 사무용품 비용 처리가 불가능한 캡슐 커피를 지난해 9월 28일부터 올 5월 18일까지 11차례에 걸쳐 문구점에 대리 구매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를 사무용품비로 집행했다. 총 구매액은 104만5680원이었다.

문구점에 캡슐 커피 대리 구매를 요청한 사유로 KISTEP 직원은 “커피 전문점에서 잔당 3000~5000원의 음료를 구매하는 것보다, 개당 500~1000원인 커피 캡슐을 구매하는 것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ISTEP 진상조사단은 “구매 수량은 물론 행정적 처리 과정에 있어서 거래명세서 변경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부적절한 식사비 지출 관행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건당 20만원 이상 지출한 237건의 회의비 집행 내역을 전수조사했더니 1건의 회의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 한 식당에서 5명이 식사를 하면서 13명이 참석한 것처럼 비용을 과다계상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진상조사단이 사내 연구비 유용 문제를 조사한 결과, 사무용품비와 식사비를 부적절하게 지출했다는 관행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다만 외부기관 전문가 활용비를 교차 수령하면서 이른바 ‘수당 품앗이’를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KISTEP는 260명의 외부 전문가에게 지급했던 566건의 회의비 집행 내역을 조사했다.

이 중 KISTEP에 외부강의를 요청한 기관과 KISTEP가 전문가 활용비를 지급한 기관이 겹치는 사례는 총 5개였다. 하지만 5건 모두 자문결과물의 증빙·관리·검수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결론이다.

KISTEP는 이 같은 연구비 집행 실태 점검·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관계자를 문책하고 비용을 환수한다. 관리 책임이 있는 담당 부서장은 인사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오는 28일부터 ‘2021년도 자체종합감사’에 돌입해 연구비 집행 현황을 중점 감사한다.

변재일 의원은 “KISTEP의 이번 불법·편법 사례는 대다수의 청렴한 연구자들의 힘이 빠지게 하는 사건”이라며 “관행처럼 이어지는 연구비 유용에 반드시 책임을 묻고,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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