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한번 만남으로 역부족'..나발니·핵군축 등 현안 산적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얼굴을 맞댄다.
한 번 만남으론 양국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몇 년 새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 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가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상은 군비 통제에서부터 사이버 공격, 인권 등 다양한 현안에 걸쳐 갈등을 빚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담에 동행한 미 정부 고위 관리는 "이번 만남에서 많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 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도 "어떤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회담은 18세기에 지어진 호화 고택 '빌라 라 그랑주'에서 네다섯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해킹·랜섬웨어 공격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미국 최대 규모의 송유관과 정육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벌여 논란이 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정부가 사이버 해킹의 배후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고, 푸틴 대통령도 의혹을 부인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협력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동일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미국이 상응하는 범죄자를 러시아에 인도하기로 한다면 우리 또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사이버 공격 가해자의 신병 인도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상회담에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
미국으로선 푸틴 대통령의 대항마로 여겨지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처우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나발니는 지난해 9월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독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5개월만인 지난 1월18일 러시아에 귀국하자마자 체포됐고, 2014년 나발니의 사기 사건과 관련해 최근 열린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그의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2년6개월형을 확정받고 수감됐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에 대한 독살 의혹을 부인했으며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핵군축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를 5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 때 공식 발효된 뉴스타트는 미-러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숫자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협정을 더 길게 연장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부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올라섰다. 크림반도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 국가의 관계는 냉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치달았다.
지난 4월엔 러시아가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배치하면서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도 러시아에 민감한 사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 공방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서로 상대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며 외교 공방을 벌여 왔다.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이 3월 첫 언론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지칭한 데 대한 반발 성격으로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대사를 복귀 조치시켰다. 이어 미국도 4월 존 설리번 주러시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자국 대선 개입 의혹을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자 러시아도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수감자 석방
러시아에 스파이 혐의로 구금된 전직 미 해군 폴 웰런과 경찰 폭행 혐의로 붙잡힌 또 다른 미 해군 출신 트레버 리드의 석방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죄수를 맞교환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웰런 측 변호인은 러시아 정부가 웰런과 리드의 석방을 대가로 무기거래업자인 빅터 바우트와 코카인 밀수입 의혹으로 기소된 조종사 콘스탄틴 야로셴코의 석방을 미국 측에 요구할 수 있다고 앞서 밝혔었다.
◇벨라루스
'유럽의 북한'이라 불리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유대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골칫거리다.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루카셴코에 대한 지지를 놓고 푸틴 대통령에게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여기고 있어 이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의 의견이 일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리아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길을 터달라고 촉구할 것으로 여겨진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내부로 들어가는 구호 물품은 중앙 정부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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