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팔'은 왜 이렇게 홈런을 많이 맞게 됐을까

정철우 2021. 6. 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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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16일 도쿄 올림픽에 나설 최종 엔트리 24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대표팀에는 예상대로 다나카 마사히로(32.라쿠텐)이 뽑혔다. '에이스'라는 칭호와 함께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다나카는 화려한 이력의 선수다. 일본 대표팀에 뽑힌 선수 중 가장 빛 나는 길을 걸은 투수다. 그러나 그의 이름 값에 눌릴 필요는 없다. 진정한 에이스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다나카가 이름 값에 어울리지 않는 활약으로 일본 내에서도 비평이 나오고 있다. 사진=라쿠텐 SNS
다나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남긴 투수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6년 연속 두자릿 수 승리를 거둔 투수다.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승 기록이 14승이나 된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시즌엔 라쿠텐 골든 이글스에서 24승 무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긴 바 있다. 당시의 압도적인 구위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다.

그런 다나카가 올 시즌을 앞두고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에 일본 야구계는 전체가 술렁였다.

에이스의 복귀에 많은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돌아 온 다나카는 그다지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압도적인 구위로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라쿠텐은 다나카에게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인 9억 엔(약 90억 원)을 투자했지만 그 만큰의 몫은 못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나카는 16일 현재 2승4패, 평균 자책점 2.90을 기록하고 있다. 나쁘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대단하다고 할 만한 성적도 아니다.

피홈런이 너무 많은 것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나카는 총 59이닝을 던져 9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9경기에 출장 했으니 매 경기 하나 꼴로 홈런을 맞은 셈이다. 24승 무패를 기록한 2013년 허용한 홈런은 6개 뿐이었다. 일본 최다 피홈런 기록도 13개에 불과하다. 아직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홈런 비율이다. 이유가 뭘까.

일단 패스트볼 구속이 잘 안 나오고 있다.

최고 구속은 150km를 찍었지만 평균 구속은 145km 정도에 머물러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당시 151.4km였던 평균 구속을 감안하면 6km 정도 속도가 떨어져 있다.

평균 145km도 한국 기준으로는 빠른 구속이다. 하지만 손을 못 댈 정도는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스피드를 찍고 있다.

최고 140km까지 나오는 스플리터는 위력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플라터를 제외한 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들은 다소 밋밋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꺾이기 보다는 미리 꺾여져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각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괴물 루키 사토에게 맞은 슬라이더가 대표적인 예다. 볼 카운트 0-2의 절대 유리한 상황에서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던지다 135m짜리 대형 홈런을 맞았다. 사토의 약점 코스로 던진 슬라이더였는데 궤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꺾임만 일어나며 큰 것 한 방을 얻어 맞았다.

일본에서도 많은 홈런을 맞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나카가 좀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세이버 매트릭스 업게에서는 현재 다나카의 평균 자책점을 메이저리그 레벨에 대입하면 약 4.50의 평균 자책점이 나온다고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평범한 수준의 투수라는 뜻이다. 우리가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라 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오히려 이제 23세인 오릭스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더 두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일본이 이름값을 앞세워 다나카를 한국전에 활용하려 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나쁠 것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손도 못댈 정도의 구위는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이제 예전의 다나카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야구계는 그에게 다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자리를 맡기려 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한 번 해볼만한 승부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에이스가 다나카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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