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철수의 호랑이굴, 윤석열의 토끼굴

기자 2021. 6.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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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尹, 국민의힘 입당 샅바 싸움

일부 참모 이견, 본인도 망설여

중도층은 이미 野 지지로 선회

윤석열·이준석 시너지 크고

신속 입당이 대선에 더 유리

국민 추종 말고 이끌어 가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선언과 국민의힘 입당이 늦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샅바 싸움이다. 이준석 신임 대표는 유승민·김종인과 가깝다고 한다. 따라서 이 대표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관리할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 이 대표가 ‘36세 0선’ 기세를 몰아 윤희숙·김세연 등 70년대생 주자 위주로 또 다른 청년 열풍을 일으키려 할 수도 있다.

둘째, 윤석열 캠프 내의 이견이다. ‘진보적’ 측근들은 입당에 반대한다. 윤석열과 문재인 대통령을 화해시키려는 시도까지 한다. 셋째는 본인의 망설임이다. 안철수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은 것과 같다. 중도 표가 달아난다는 이유를 댄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안철수도 윤석열도 프로 정치인들과의 당내 투쟁을 거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가 입당하면 출마를 포기한다던 오세훈이 당선됐고, 안철수는 또다시 호랑이 굴 앞에 서 있다.

세 이유 모두 타당성은 있다. 그러나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첫째, 이준석이 유승민이나 다른 후보를 일방적으로 밀다가,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대선에서 패배하면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는다. 똑똑한 이준석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작다. 둘째, 만일 윤석열의 생각이 진보적 측근들과 같다면 할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빨리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아니면, 캠프 내 혼선은 물론이고, 대선 전략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셋째, 오세훈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58%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중도층 논란은 의미가 없어졌다. 호랑이 굴 회피 가능성에 대해서는 윤석열 주변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있다. 이른바 ‘토끼 굴’론(論)이다. 국민의힘은 호랑이 굴이 아니라 토끼 굴이라는 것. 들어가기만 하면, 금방 토끼들을 장악하고 호랑이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 일부에서는 검증이 두려워 등판을 미루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윤석열 캠프는 네거티브 대응에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의 빠른 입당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이준석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대표 당선은 경선의 유불리를 훨씬 넘어서는 기회 요인이다. 50대인 필자도 그의 당선에 가슴이 뛰는데, 2030 청년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일자리 절벽, 구입은커녕 전·월세도 감당 못 할 집값, 연애와 결혼의 꿈 대신 남혐·여혐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무기력해져가는 청년들은 저 멀리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을 것이다. “한번 갈아엎을 때도 됐다”는 이준석의 말이 청년의 절망과 희망을 상징한다. 국민은 거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윤석열과 이준석이 함께 세상을 갈아엎어야 한다.

지난 1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똑같이 39.1%를 기록했다. 둘 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대선 지지율이 40%를 넘으면 대세라고 하고, 정당 지지율이 40%를 넘으면 집권 가능성이 커진다. 대선이 9개월도 남지 않았다. 버스가 출발하느니, 택시를 타느니, 감정적 소모전을 벌일 때가 아니라 2030과 4050, 6070까지 어떻게 엮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은 빨리 입당해야 당 전체를 우군, 더 나아가 동지로 만들 수 있다. 윤석열뿐만 아니라 최재형·김동연 등 다른 잠재적 후보들에게도 적용된다. 입당이 늦으면 윤희숙이 동지가 아닌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 또 대선 승리 전략과 함께 집권 후 국정 운영 방향도 당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사법부와 다수 언론, 시민단체가 친여 성향이다. 집권해도 국정이 쉽지 않다. 내년 5월 10일부터 ‘촛불’이 쏟아져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수 세력 전체가 원 팀이 돼야 간신히 헤쳐나갈 수 있다.

윤석열은 “국민이 불러서 나왔고,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간다”고 했다. 국민이 부른 것은 맞다. 그러나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만 따라가면, 자칫 포퓰리즘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국민 다수는 원칙을 정하면 유불리를 떠나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윤석열을 응원해왔다. 하루빨리 국민 앞에 나와 왜 정치를 하는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누구와 함께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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