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중국의 위협과 무대책 정부

이관범 기자 2021. 6.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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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9일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에 "미국의 편향된 장단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취지로 경고를 전달한 사실이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를 막거나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수출입에 제약을 두기 시작하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중국 진출 기업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드 사태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산업계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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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산업부 차장

중국이 지난 9일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에 “미국의 편향된 장단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취지로 경고를 전달한 사실이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와 2차 전지, 희토류, 바이오 의약품 등 주요 산업과 관련된 현안이 안보 문제로 비화한 탓에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미·중 패권 경쟁의 격랑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에 나온 중국의 이번 경고는, 삼성·현대차·SK·LG 등의 기여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끝난 최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때와 같은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이 재연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가 유독 더 긴장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 탓이 크다. 산업계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초조해하고 있으나 정부와 청와대는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면서 ‘희망 회로’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24일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래로 연일 4대 전략 물자의 공급망 재편 및 중국 견제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참여확대 기회”라며 보여주고 싶은 한쪽 면만 언급한다. 복수의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는 눈 감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부 탓에 결국 기업들만 무방비로 중국의 보복 위협에 다시 한번 내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볼 때 한번 터지면 손쓸 수 없는 경제 참사가 빚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만 해도 수입의 36%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수출의 32.6%는 중국으로 나간다. 2차 전지는 더 심하다. 수입의 93.4%, 수출의 18.2%를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은 관세 없이 한국에 수출하지만, 한국은 중국에 수출할 때마다 9.6%의 관세를 꼬박꼬박 낸다. 더욱이 중국은 2016년 말부터 자국 업체의 2차 전지가 장착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식의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 왔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 광물인 희토류는 수입 물량의 35.2%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미국 수입량은 1.6%에 불과하다.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했으나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바이오의약품 원료 역시 중국에서 52.7%를 수입한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고작 0.6%다. 자급도는 2014년 31.8%에서 2018년 26.4%로 갈수록 줄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를 막거나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수출입에 제약을 두기 시작하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중국 진출 기업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드 사태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산업계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자급도를 높이고 수출입을 다변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언젠가 닥칠 수 있는 중국발 경제 참사는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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