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국민 속인 '대통령 사진'

기자 2021. 6.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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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외교는 의전에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형식에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18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 문 대통령은 기념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회의 때와 단체 사진 찍을 때 주최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옆에 배치된 것을 두고 정부가 '대한민국 위상을 높였다'고 자화자찬한 것은 난센스를 넘어 사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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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정상 외교는 의전에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형식에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라 연출된다. 다자 정상회의의 경우엔 ‘의전(儀典·protocol)’이 더욱 철저하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의전 서열은, 국가수반(Head of State)이 최우선이고 행정 수반(Head of Government)이 다음, 국제기구 대표가 그다음이다. 대통령제 국가 경우엔 대통령이 국가수반이지만 내각제, 왕정국가, 이원집정부제, 입헌군주국가일 경우엔 복잡하다. 같은 지위일 때는 재임기간순, 국제기구 중에서는 유엔이 1번, 그 외에는 설립연도순이다.

입헌군주제인 일본 등의 경우에는 왕과 왕족에게 통상적인 의전 이상의 예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던 일왕의 사촌 동생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가 그 예인데, 개막식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다카마도노미야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두 사람을 배웅했다. 이때 일본 정부는 다카마도노미야가 고이즈미 총리에 앞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왕족인 다카마도노미야가 평민인 고이즈미와 동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런 외교 상식이 문재인 정부에선 뒤죽박죽됐다. 2018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 문 대통령은 기념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혼자 머물다가 촬영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지연되면서 때를 놓쳤다. 2019년 3월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때는 현지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말을 건네 논란이 됐다.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회의 때와 단체 사진 찍을 때 주최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옆에 배치된 것을 두고 정부가 ‘대한민국 위상을 높였다’고 자화자찬한 것은 난센스를 넘어 사기극이다. 국제관례에 따라 배치했을 뿐인데 이를 ‘방역 모범국’ ‘감격스럽다’ 운운하며 홍보하고 있어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초강대국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맨 끝에 선 것은 국가 위상 추락인데 과연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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